중국 혁명원로 딸 ‘문혁 과오 참회’

입력 2014-01-14 01:53


“지난 40여년 동안 두 사람의 쑹빈빈으로 살았습니다.”

중국 혁명원로 쑹런충(宋任窮) 상장(대장에 해당)의 딸로 문화대혁명 때 베이징사범대 부속여중의 홍위병을 이끌었던 쑹빈빈(宋彬彬·67·사진)이 이렇게 토로했다고 신경보(新京報)가 13일 전했다. 쑹런충은 뒤에 중앙정치국 위원을 지냈다.

쑹빈빈은 문화대혁명 초기인 1966년 8월 18일 천안문 성루에 올라 마오쩌둥(毛澤東) 주석의 팔에 직접 홍위병을 상징하는 붉은 완장을 채워준 인물로 유명하다. 당시 마오 주석은 쑹의 이름에 ‘빈(彬)’자가 들어간 것으로 알고 “우(武)자가 필요(要)하군”이라고 말했다. 그 뒤 한 매체가 쑹빈빈을 취재한 뒤 ‘쑹야오우(宋要武)’라는 이름으로 서명한 ‘나는 마오 주석에게 붉은 완장을 채워줬다’라는 글을 게재했다. 이에 대해 쑹빈빈은 “그 글은 내가 쓴 것도 아니고 쑹야오우로 개명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문혁 당시인 1966∼68년에 베이징사범대 부속여중을 졸업한 학생 20여명과 이들을 가르쳤던 교사 30여명이 12일 학교에서 만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들 중에는 쑹빈빈은 물론 문혁 당시 교내의 ‘교사 학생 대표회’ 주석이었던 류진(劉進)도 있었다.

쑹빈빈 등은 문혁 당시 볜중윈(卞仲耘) 부교장이 구타로 사망하는 사건을 막지 못하고 교사들을 비판한 것을 참회했다. 이들은 교내에 세워진 볜 부교장 반신상 앞에서 눈물을 쏟아내기도 했다.

쑹빈빈은 이날 1500자 분량의 ‘나의 사죄와 감사’라는 제목의 글을 발표했다. 그는 “범죄집단과 투쟁하기를 반대한다”는 말을 들을까봐 두려워 구타하는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말리지 못했다고 참회했다. 미국에서 살다가 2003년 귀국한 쑹빈빈은 “그 뒤 몇몇 친구들과 함께 볜 부교장 살해 사건을 조사하기도 했다”며 “지금 사과하지 않으면 앞으로 기회가 없을 것 같았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여름에는 10대 원수 중 한 명인 천이(陳毅)의 아들 천샤오루(陳小魯)가 자신이 다녔던 제8중학교 졸업생들이 만든 블로그에 글을 올려 “학교혁명위원회 주임으로서 학교 책임자들과 교사, 동료 학생들이 비판투쟁과 노동 개조를 당하게 된 데 직접 책임이 있다”고 사죄하기도 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