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셧다운… 시위대 도로 점거로 교통·도시기능 마비

입력 2014-01-14 02:33

잉락 친나왓 태국 총리 퇴진과 조기총선 연기를 요구하는 수만명의 반정부 시위대가 13일 방콕 시내 주요 도로를 점거해 마비시키는 ‘셧다운(shut-down)’ 시위에 돌입했다. 이들은 15일까지 잉락 총리가 퇴진하지 않을 경우 증권거래소(SET) 건물과 항공관제 송신소 등을 봉쇄하겠다고 위협했다.

태국 정부는 주요 정부기관 경비와 시위 진압 등을 위해 경찰 1만명과 군인 8000명 등 모두 1만8000명을 방콕 시내에 배치하는 등 긴장이 고조됐다. 정부는 평화시위를 벌이는 한 강제 해산이나 무력 진압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정부 시위대인 국민민주개혁위원회(PDRC)는 교통체증 유발을 위해 이날 오전 9시부터 랏프라우 오거리, 아속 사거리, 쨍 왓타나 등 방콕 주요 상업지구로 연결되는 주요 교차로 7곳을 바리케이드와 모래주머니 등으로 막았다. 시위에 참가한 시민은 태국 국기를 흔들며 호루라기를 불거나 ‘잉락 억’(잉락 물러가라)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시위대들은 “방콕을 마비시켜 잉락 정부가 마비됐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며 “정부를 이미 운영하지 못한 잉락은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다음 달 2일로 예정된 조기 총선이 연기될 때까지 시위를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시위로 주요 도로가 차단되면서 출근길 시민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대부분 시민이 전철과 오토바이를 이용했으며 일부는 방콕을 가로지르는 운하를 따라 운행되는 페리를 타고 출근하기도 했다. 하지만 별다른 혼잡은 일어나지 않았다.

시위를 주도한 수텝 터억수반 전 부총리는 “정부와의 협상은 무의미하다”며 “승리만이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시위대가 15만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셧다운 시위로 방콕 시내 150개 학교가 휴교했으며 시위 현장 인근 대학 수업도 연기됐다. 앞서 11일에는 반정부 시위대가 경고 시위를 벌이다 1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부상했다.

잉락 총리는 국방부 건물에서 관련 기관과 비상대책회의를 가졌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주요 정부기관 등은 정상적인 업무를 이어갔다. 방콕포스트는 시위대가 15일을 잉락 총리 퇴진 시한으로 정하고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증권거래소 건물 등을 봉쇄할 것이라고 위협했다고 전했다.

정국 혼란이 지난해부터 지속되면서 조기 총선 연기론도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다. 끊임없이 군부 쿠데타설이 나오는 상황에서 잉락 총리가 수습을 위해 개혁 방안을 타협책으로 내놓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잉락 총리는 이날 총선을 5월로 연기하자는 선거관리위원회의 안을 논의하기 위해 반정부 시위대 및 정당 지도자에게 15일 회담을 제안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