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1월 20일부터 핵시설 해체… 美 “자산동결 해제”

입력 2014-01-14 02:33

이란이 핵개발 프로그램 폐기 작업에 착수했다. 이란은 보유하고 있던 20% 고농축 우라늄(HEU)을 오는 20일부터 6개월에 걸쳐 제거키로 했다. 대신 미국은 동결했던 이란의 해외자산 42억 달러(약 4조5000억원)에 대한 제재를 단계적으로 해제하게 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 및 독일(P5+1)과 이란은 지난 1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실무협상을 벌여 이란 핵개발 프로그램 포기의 초기단계 이행 조치를 담은 ‘공동행동계획’을 확정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백악관과 미 국무부 등이 이날 발표한 합의문에는 20일부터 6개월 동안 20% HEU 비축분을 불능화하고, 나탄즈·포르도 등 주요 핵시설의 일부 우라늄 농축에 필요한 장비를 해체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원전 연료로 사용되는 5% 미만 저농축 우라늄(SEU)의 생산은 허용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란이 이 조치를 제대로 이행하는지 여부를 지속적으로 검증할 방침이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특별성명에서 “이란의 결정에 환영한다”고 밝혔고,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10년 만에 처음으로 이란의 핵무기 획득 방지를 위한 중요한 단계를 밟았다”고 평가했다.

대신 미국은 42억 달러 규모의 이란 해외자산 동결 조치를 6개월 동안 정기 분할 방식으로 해제할 계획이다. 다음 달 1일부터 4억5000만∼5억5000만 달러(약 4753억∼5811억원)씩 8차례에 걸쳐 해제하게 된다. 석유화학·자동차 산업·금 거래·인도적 물자 지원 등에 대한 제재 완화 효과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 정부는 이번 제재 해제로 이란이 얻을 수 있는 전체 효과는 총 70억 달러(약 7조39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이번 합의안이 정상적으로 이행되기까지는 몇 가지 난항을 극복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먼저 이란 내부에서 핵 협상을 반대하는 세력의 목소리가 커질 경우 합의안이 뒤집어질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란의 강경파들은 핵협상 타결안을 ‘독이 든 성배’라고 부르고 있다”며 이란이 HEU 제조에 나설 수도 있다고 전했다.

미 의회 일각에서 추진하고 있는 이란에 대한 신규 제재 여부도 변수다.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신규 제재안이 통과될 경우 “합의 내용 전체에 사망선고가 내려질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케리 장관은 “지금은 협상 프로세스를 위협하는 추가적 제재를 가해서는 안 되는 시점”이라며 “정치가 아니라 전체 국가를 생각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미국도 2006년 북한이 핵협상 결과를 뒤집고 핵개발 프로그램을 추진했던 경험이 있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란이 핵을 폐기하기까지의 험난한 과정에서 환상을 갖고 있지 않다”고 언급했다.

P5+1은 지난해 11월 HEU 생산 등 핵개발 프로그램 가동을 일부 중단하는 대신 금융제재를 완화하는 이란 핵협상 타결안에 합의했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