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지난 2009년에 北 급변사태 논의했었다

입력 2014-01-14 01:35

미국과 중국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이전인 2009년 북한의 급변 가능성에 대비한 ‘비상사태’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이 지난 3일 펴낸 ‘중국과 대량살상무기·미사일 확산’ 보고서에 따르면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재임시절인 2009년 10월 미국과 중국이 북한의 비상사태를 논의했는지 묻는 질문에 “모든 사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인정했다. 미국과 중국이 공식 정부채널에서 북한 비상사태를 논의한 게 확인되기는 처음이다. 중국은 북한과의 특수 관계를 고려, 미국과 북한의 비상사태를 논의하는 것에 대해 대외적으로 난색을 표해 왔으나 실상은 아니었던 셈이다. 당시는 김 위원장이 뇌졸중으로 병약해진 데다 현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를 후계자로 내정한 상황으로, 급변 가능성이 높을 때였다.

하지만 보고서는 곧이어 중국 대북정책에 밝은 베이징대 교수의 말을 인용, “중국은 북한 붕괴를 받아들이고 싶지 않고, 다른 나라가 북한의 정치와 군의 통제권을 장악하는 것도 수동적으로 지켜보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실제 중국은 북한 정권의 안보와 생존을 지지하는 쪽으로 2000년 초반부터 정책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는 중국의 이중적 외교행보에서도 드러난다. 2005년 북핵 위기가 한창 고조됐을 때 중국은 미국과 군사협력을 추진하는 한편으로 북한과 정상회담을 개최하며 긴밀함을 유지했다. 북한에 비핵화를 주문하다가도 2010년 천안함 폭침사건 때는 북한을 두둔하는 식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북한을 미군과 한국군이 북위 38도선 북쪽으로 올라오지 못하도록 하는 ‘완충 지대’로 인식하고 있다. 북한을 지렛대 삼아 미국을 견제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붕괴를 결코 원치 않는다는 얘기다.

때문에 보고서는 “중국이 만약 북한이 붕괴했을 때 미국 등 동맹국들과 비상계획을 공유할 용의가 있는지, 되레 미군과 한국군의 작전을 어렵게 만들 가능성은 없는지, 또 중국이 실제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궁금한 대목이 많다”고 적시했다.

미 의회 싱크탱크인 CRS의 보고서는 향후 정책 및 법안에 영향을 주는 측면에서 볼 때 최근 미 의회가 북한 문제와 관련, ‘중국 활용여부’를 꽤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