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기경 서임’ 축하행사 참석한 염수정 대주교 “화해·일치 위해 노력할 것”

입력 2014-01-14 02:33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대주교의 추기경 서임 소식에 천주교계는 “한국 천주교의 달라진 위상을 반영한 것”이라며 환영했다. 정치권과 종교계에서도 축하 메시지를 연이어 내놨다. 염 추기경은 13일 서울 명동성당 주교관 앞에서 열린 추기경 서임 축하 행사에 참석해 천주교계와 한국 사회 전반의 기대감에 감사를 표하며 “뿔뿔이 흩어진 양들을 하나로 모아 화해와 일치를 추구하고 공존하며 살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그의 서임을 축하하기 위해 300여명의 신자들이 명동성당을 찾았다. 평소 소탈하고 겸손하다는 평을 들어왔던 염 추기경은 “무척 추운 날씨에도 와 주셔서 감사하고 송구스럽다”며 입을 열었다.

그는 “오늘 보니 많은 분들이 저만 빼고 많이 즐거워하시는데 그래서 더욱 추기경이라는 직책이 무겁고 두렵다”고 했다. 좌중에서 웃음과 함께 “추기경님 힘내세요”, “사랑합니다” 등의 외침이 터져 나왔다.

그는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을 위해 봉사하는 교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부유한 자, 가난한 자 등 모든 인간이 깊은 연대감을 갖고 하나의 가족,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 하나님이 원하시는 삶”이라고 말했다. 그는 “저의 작은 희생과 나눔과 사랑의 실천을 통해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분열과 갈등을 조금이라도 치료하는 교회가 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세계복음화, 특히 아시아의 복음화와 북한 교회를 위해 도울 수 있는 방법과 화해와 일치의 길로 나아가는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앞서 전임 교구장인 정진석 추기경은 “염 추기경의 임명으로 한국 천주교는 새로운 시대를 맞았다”며 “서울대교구가 아시아뿐만 아니라 세계 교회의 이목이 집중되는 위치에 서게 됐다”고 말했다. 행사가 끝난 뒤 두 추기경은 나란히 서서 포옹을 하기도 했다. 정 추기경은 행사에 앞서 염 추기경을 따로 만나 “교회뿐 아니라 사회도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며 “말 하나 행동 하나 할 때도 책임감을 갖고 항상 국민을 생각하며 신중하라”는 조언을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명동성당에는 서임 축하 행렬이 이어졌다. 오스발도 파딜랴 주한교황청대사, 천주교 신자인 박용만 두산 회장, 정진석 국회 사무총장 등이 염 추기경을 방문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염 대주교에게 축하전화를 걸었다고 이정현 홍보수석이 전했다. 박 대통령은 염 추기경과의 통화에서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며 가톨릭 교회뿐 아니라 국민들의 바람이 이뤄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조계종과 원불교를 비롯한 범종교계와 주요 정당에서도 축하 메시지를 발표했다.

한편 염 추기경과 천주교계는 과거와 다른 프란치스코 교황의 깜짝 인사 스타일에 다소 놀랐다는 후문이다. 서울대교구장 대변인을 맡고 있는 허영엽 신부는 “어제 저녁 8시20분쯤 함께 산책 중에 소식을 들었는데, 그때까지도 전혀 사실을 모르고 있더라”며 “과거 바티칸 교회가 한국 교회와 사전 조율을 거쳐 발표하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전혀 공지가 되지 않은 상태여서인지 아주 당황스러워하셨다”고 전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