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차 한국경제의 35% 차지… 쏠림현상 심각

입력 2014-01-14 01:35


국내총생산(GDP)에서 삼성그룹·현대자동차그룹의 비중이 3분의 1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국내 모든 법인세 세수의 21%를 두 그룹이 부담하고 증시 시가총액의 37%를 차지하는 등 쏠림현상이 심각해졌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3일 기자들과 만나 “경제부처가 양극화를 분석하듯이 경제활동에서도 기업의 집중도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며 “삼성과 현대의 경제 집중도를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 기관인 CEO스코어가 조사한 결과 2012년 GDP(1조2724억 달러)에서 삼성과 현대차 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이 35.0%에 달했다. 2008년 GDP(1조264억 달러) 중 두 그룹이 차지한 비율인 23.1%에 비해 11.9% 포인트 높아졌다. 이 기간 삼성의 GDP 비중은 15.9%에서 23.0%, 현대차는 7.2%에서 12.0%로 각각 7.1% 포인트, 4.8% 포인트 더 커졌다.

2012년 두 그룹이 부담한 법인세 비용도 9조7000억원(삼성 6조6000억원, 현대차 3조1000억원)으로 국내 48만2574개 전체 법인이 낸 법인세 47조3000억원의 20.5%에 달했다. 2008년과 비교하면 국내 전체 법인세는 41조5000억원에서 13.9% 증가했는데, 두 그룹이 부담한 법인세는 2조9000억원에서 232%나 늘었다.

증시에서 두 그룹의 비중은 더 막강하다. 두 그룹의 상장 계열사는 27개로 지난해 9월 말 기준 코스피와 코스닥시장 상장기업 1741개사의 1.6%에 불과하지만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6.5%나 된다. 두 그룹의 시가총액은 2008년 말 134조1000억원에서 지난해 9월 말 437조6000억원으로 226%나 늘었고, 비중은 21.9%에서 14.6% 포인트 높아졌다. 금액으로는 삼성이 186조4000억원(168%), 현대차가 117조2000억원(512%) 증가했다.

국내 기업의 전체 영업이익에서 두 그룹이 차지하는 비중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2012년 국내 전체 법인이 거둔 매출 4212조원 중 11.3%인 476조8000억원을 두 그룹이 올렸다. 영업이익은 192조1000억원 중 34조5000억원(22.4%), 당기순이익은 122조9000억원 중 42조9000억원(34.9%)으로 양대 그룹의 편중도가 더욱 심하다. 5년 전과 견줘 영업이익은 11.2%에서 배로 늘어났고, 당기순이익은 9.6%에서 25.3% 포인트나 뛰어올랐다.

두 그룹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은 장기간 경기침체로 수익성이 계속 악화됐다는 의미다. 실제 삼성과 현대차그룹을 제외하면 국내 전체 법인의 영업이익은 2008년 136조8000억원에서 2012년 149조원으로 9%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107조원에서 80조원으로 되레 25.2%나 감소했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두 그룹에 대한 의존도가 심해져 위기가 닥쳤을 때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의 불안정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삼성의 주력상품인 스마트폰의 글로벌 판매에 제동이 걸리는 동시에 현대차의 자동차 판매 성장세까지 꺾일 경우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현대차그룹이 적어도 현상 유지를 하면서 다른 업종들도 좋아져야 우리 경제가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용택 선정수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