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관 자체가 작품이면… 미술품? 건축물?

입력 2014-01-14 02:33


강원도 원주시 월송리 오크밸리에 지난해 5월 개관한 한솔뮤지엄은 세계적인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바람·돌·물 등의 이미지를 살려 건축한 자연 속 미술관이다. 패랭이꽃과 자작나무 정원을 지나 전시관에 들어서면 종이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종이박물관과 박수근 백남준 이우환 등 유명 작가의 작품을 볼 수 있는 청조갤러리를 만나게 된다.

그림을 감상한 뒤 돌의 정원을 거쳐 마지막으로 들르는 코스가 한솔뮤지엄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설치미술가 제임스 터렐의 작품이 있는 전시관이다. 4개의 작품 가운데 일출 또는 일몰 때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전시관 천장에 뚫린 공간을 통해 휘황찬란한 빛이 들어오는 작품(사진)이 장관을 연출한다. 하지만 제임스 터렐관은 지금 휴관 중이다.

지난 11일 이 전시관 입구에는 공사 자재가 가득 쌓여 있어 들어갈 수가 없었다. 개관 이후 인기를 끌며 3만명의 관람객을 모은 제임스 터렐관이 문을 닫고 공사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제는 소방시설 때문이다. 소방서 측에서 이 전시관도 엄연한 건축물인 만큼 화재에 대비해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을 갖춰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자 작가가 “작품에 무슨 소방시설이냐”며 맞섰다.

작가는 “다른 나라에서 전시 중인 작품에 소방시설을 설치한 사례가 없다. 천장에 스프링클러를 달 경우 작품훼손이므로 철수해 가겠다”는 입장이어서 지난해 9월 결국 문을 닫았다. 지난 연말 다시 협의에 나서 벽면에 노출되지 않게 전자감응센서를 설치하고 상시감시원을 배치하는 등 조건으로 공사를 시작했다. 미술관 측은 “공사가 끝나는 3월 터렐관을 재개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5개월에 걸친 협의 끝에 마무리된 이번 해프닝은 전시관 자체가 작품인 공간을 미술품으로 볼 것이냐, 건축물로 볼 것이냐는 과제를 남겼다.

원주=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