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현대 미술교육의 흐름, 미술교과서를 통해 읽는다
입력 2014-01-14 01:34
한일강제합병 수년 후인 1916년, 조선총독부는 새 교과서를 발행했다. 보통학교 미술교과서의 경우 1906년 대한제국이 편찬한 ‘도화임본(圖畵臨本)’의 내용을 수정한 것이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일본 문부성에서 1912년 발간한 ‘신정화첩(新定畵帖)’이 국정교과서 역할을 했다. ‘신정화첩’에는 연필화와 모필화를 습득하는 내용과 함께 색연필을 도입한 채색화 교육이 처음 등장했다.
1919년 3·1운동이 일어난 후 학제개편을 단행한 조선총독부는 보통학교 미술교과서에 도화(圖畵) 내용을 추가로 넣었다. 1926년 발행된 보통학교 4학년용 ‘도화첩(圖畵帖)’에는 사생화(寫生畵)와 기억화(記憶畵) 교육이 포함됐다. 미술수업을 통해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직시하도록 주문하고, 일본의 통치에 대해 좋은 감정을 그림으로 표현하도록 의식화교육을 시킨 셈이다.
일제강점기부터 최근까지 미술교육의 흐름을 살펴보는 ‘한국근현대미술교과서전’이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에서 4월 30일까지 열린다. 미술교과서는 당대의 굴곡진 정치·사회·문화적 상황을 반영하는 시각자료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근·현대 미술교육이 어떻게 형성되고 변화해 왔는지 조명하는 전시로 시대별 교과서 210여점을 선보인다.
조선총독부는 1941년 소학교령을 초등학교령으로 개정하면서 전쟁 수행을 위해 1943년 조선교육령을 공포했다. 이때 발행된 3∼5학년 남자용 미술교과서 ‘초등공작(初等工作)’은 항공기모형이나 기계조작에 대한 내용과 전시가 한층 강화된 것이 특징이다. 조선총독부가 발간한 교과서는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될 때까지 계속 사용됐다.
6·25전쟁 때는 화가 구본웅의 ‘중등학교 미술교본’(1950)과 화가 이항성의 ‘중등미술’(1953)이 교재로 활용됐다. 전쟁 이후에는 화가 김인승의 ‘새로운 조형미술’(1956)을 통해 조형의식을 높이는 교육을 실시했다. 1960년에는 장면 당시 국무총리의 동생이자 서울대 미대학장이었던 장발이 저술한 ‘고등 새미술’이 교과서로 채택돼 눈길을 끌었다.
1970년대는 화가 박종환의 실업계 고등학교용 ‘실용색채학’(1972)이 발행돼 실용적인 미술수업을 했으며, 1980년대는 추상화가 윤명로의 ‘중학교 미술 2’(1985), 동양화가 이종상의 ‘중학교 미술 3’(1986), 고고미술학자 안휘준의 ‘중학교 미술 1’(1989)이 잇따라 나와 급변하는 시대만큼이나 장르별로 다양해진 미술교육이 이뤄졌음을 보여준다.
화가 김교만의 ‘고등학교 미술’(1990), 화가 이재복의 ‘고등학교 미술사’(1997), 미대교수 홍선표의 ‘고등학교 미술’(2005), 화가 홍명섭의 ‘중학교 미술 3’(2007) 등을 통해 1990년대와 2000년대 미술교과서의 변천을 살펴볼 수 있다. 교과서 내용을 형성하고 있는 주요 삽화를 통해 이미지의 변화상황을 비교할 수 있도록 했다(02-730-6216).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