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걸그룹 새해 벽두부터 ‘아찔’… 퇴로 없는 노출경쟁에 ‘씁쓸’
입력 2014-01-13 17:27
새해 벽두부터 가요계는 ‘섹시 전쟁’이 한창입니다. 걸스데이는 노골적으로 다리를 드러내고 춤추는 타이틀곡 ‘썸씽(Something)’으로 돌아왔습니다. 달샤벳은 아슬아슬하게 옆구리, 가슴라인, 배를 한 뼘만 노출한 ‘B.B.B’로 컴백했죠.
그룹 AOA는 ‘흔들려’에 이어 꽉 끼는 치마의 지퍼를 올려 허벅지를 노출하는 ‘짧은치마’로 오는 16일 전파를 탑니다. 레인보우는 ‘19금 노출’을 콘셉트로 성숙미를 어필하는 유닛 ‘레인보우 블랙’의 출격을 준비 중이랍니다. 이외에도 ‘섹시’를 앞세운 다양한 걸그룹이 대기 중이죠.
바야흐로 ‘섹시 콘셉트 붐’입니다. 깜찍 발랄하던 그들이 느닷없이 변신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바닥을 쓸고, 다리를 벌리거나 단체로 엉덩이를 흔드는 걸그룹들. 가만히 보고 있으면 ‘야동’이 따로 없습니다.
걸그룹에 속한 그들은 20세 남짓입니다. 심지어 미성년자도 있습니다. 지난해 개정된 ‘아동·청소년보호법’이 민망할 지경입니다. 왜 그들은 무대에서 옷을 벗고 다리를 쓸어 올리게 됐을까요?
걸스데이를 보면 답은 나옵니다. 요즘 ‘대세’라는 걸스데이는 알고 보면 5년차 가수입니다. ‘반짝반짝’ ‘나를 잊지마요’를 아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생소할 겁니다. 걸스데이가 들고 나왔던 타이틀곡 이름들입니다. 그러나 깜찍 발랄하기만 했던 이 곡들은 대중들에게 각인을 남기기 힘들었습니다.
숱한 귀여운 콘셉트의 타이틀곡을 들고 나왔지만 인기가 바닥이던 걸스데이는 결국 마지막 수단으로 섹시 콘셉트를 선택하게 됩니다. 성과는 놀라왔습니다. 걸스데이는 팔랑팔랑한 레이스와 귀여운 리본을 떼 낸 후 배를 드러내고 가슴을 어루만지는 ‘기대해’로 출격해 인지도를 대폭 상승시켰습니다. 지난해 7월 후속곡 ‘여자대통령’은 SBS ‘인기가요’에서 1위를 차지했죠. 걸스데이의 첫 지상파 음악방송 1위였습니다.
기세를 타고 2000년 8월을 강타했던 박지윤의 ‘성인식’과 분위기가 비슷한 ‘썸씽’으로 컴백한 걸스데이는 11일 방송된 MBC ‘음악중심’에서 1위를 차지하게 됩니다. 컴백 1주 만이죠. 깜찍함으로 2년 넘게 활동했지만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던 걸스데이는 ‘섹시’ 하나로 컴백하자마자 1위를 거머쥐는 ‘대세 걸그룹’이 된 겁니다.
데뷔 5년차 레인보우, 3년차 달샤벳, 2년차 AOA. 연차에 비해 아직 이렇다 할 팬덤이나 인지도를 확보하지 못한 이들에게 섹시 콘셉트는 어찌 보면 절박한 선택일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언뜻 보면 돌파구로만 보이는 섹시 콘셉트에는 단점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한 번 섹시함을 선택한 걸그룹의 남은 승부수는 노출뿐입니다. 한 뼘을 벗으면 다음에는 두 뼘을 벗어야 하죠. 마지막 하나까지 다 벗고 난 걸그룹은 어디로 갈 수 있을까요. 출구 없는 경쟁입니다.
이은지 기자 rickonb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