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필 교향악단 지휘자 앨런 길버트 “가장 미국적인 선율로 한국 팬들과 만납니다”
입력 2014-01-14 01:31
미국 뉴욕 필하모닉이 다음달 역대 가장 ‘미국적인’ 레퍼토리를 들고 한국을 찾는다. 1842년 창단된 뉴욕 필은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교향악단으로, 가장 미국적인 소리를 낸다는 평가를 듣는다. 거장 로린 마젤로부터 2009년 9월 지휘봉을 이어받은 뒤 뉴욕 필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는 지휘자 앨런 길버트(47)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금호월드오케스트라시리즈’의 일환으로 열리는 이번 무대는 길버트로서는 2009년 10월에 이어 두 번째 내한공연이다.
그는 취임 이후 다채로운 레퍼토리를 선보이며 뉴욕 필의 변화무쌍한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이번 레퍼토리도 예사롭지 않다. 길버트는 “이번에 연주할 곡은 유럽의 고전음악과 20∼21세기 역동적인 미국 작곡가들의 작품”이라며 “뉴욕 필의 상주작곡가 크리스포터 라우즈와 뉴욕 필의 전 음악감독 레너드 번스타인의 곡이 포함돼 있다”고 소개했다.
다음달 6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첫날 공연에서는 베토벤의 ‘피델리오’ 서곡과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 그리고 피아니스트 김다솔의 협연으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한다. 이어 7일 공연에선 라우즈의 ‘랩처(Rapture)’를 한국 초연하고, 번스타인의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교향곡 무곡, 조지 거슈윈의 ‘파리의 미국인’ 등을 선보인다.
그는 “뉴욕 필이 어떤 곡이든지 열정과 헌신으로 통찰력 있는 연주를 해낸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구성”이라며 “특히 라우즈와 함께 하는 두 번째 시즌인데 그와의 예술적인 파트너십을 보여줄 수 있어 자랑스럽다”고 했다.
한국에서 미국 작곡가들의 곡을 한 무대에서 듣기란 쉽지 않은 기회. 감상 포인트를 물었다. 그는 “위대한 음악은 그대로 위대한 음악”이라며 “물론 뉴욕 필이 거슈윈의 작품에 생동감 넘치면서도 재미있는 재즈풍의 접근을 하고, 수십 년간 번스타인과 일해 오며 ‘웨스트사이드 스토리’에서 에너지와 추진력을 보여주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는 유럽 작품을 연주할 때도 똑같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번스타인을 비롯해 구스타프 말러, 아르투로 토스카니니 등 내로라하는 지휘자들이 뉴욕 필을 거쳐 갔지만 뉴욕 출신은 그가 처음이다. 게다가 미국계 아버지와 일본계 어머니 모두 뉴욕 필 바이올리니스트였기에 그에겐 ‘뉴욕 필 키즈’란 별명이 따라다닌다. 그는 어려서부터 뉴욕 필 연습실을 드나들며 자랐기 때문에 누구보다 뉴욕 필의 특성을 잘 알고 있다.
그는 “뉴욕 필의 강점을 모두 나열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며 “이들은 음악 자체, 작곡가의 의도에 전적인 헌신을 보이는 동시에 유연함을 갖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곡을 연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각양각색의 지휘자들이 교향곡에서는 순수함과 완벽함을, 낭만시대 작품에서는 열정과 설득력을, 현대음악에서는 뛰어난 감각과 지능을 요구하는데, 지휘자의 변화무쌍한 해석에도 놀라운 적응력으로 연주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1월 뉴욕 맨해튼 링컨센터 애버리피셔홀에서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9번 ‘이별과 죽음’ 연주 중 객석의 휴대전화 벨소리에 연주를 중단시켜 유명세를 탔다. 소음 때문에 연주를 중단한 건 뉴욕 필 사상 처음 있는 일. 그가 유난히 예민한 것일까.
그는 “관객의 에너지는 실제로 오케스트라의 연주에 영향을 미친다”며 “무대에 있는 모든 단원들은 관객의 반응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따끔 나는 기침 소리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몇몇 작품의 특정한 부분에 있어서는 절대로 소리가 나지 않아야 할 부분이 있다”며 “그 사건은 절대로 소리 나지 않아야 할 부분에 해당했다”고 설명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