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 없이 도심교차로 통과한 '유령 승용차'… "잠시 복권 사는 사이에"

입력 2014-01-13 10:09


[쿠키 사회] “세상에 어째 이런 일이….”

운전자가 탑승하지 않은 승용차가 도심 교차로에서 서다 가다를 반복하며 교차로를 무사히 통과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주위를 경악케 하고 있다.

지난 9일 오후 6시5분쯤 경북 포항시내 최대 번화가인 북구 육거리 교차로는 퇴근시간을 맞아 점점 붐비기 시작했고 보행신호를 기다리던 행인들의 시선이 갑자기 한 곳으로 집중됐다.

동빈로 방면 교차로 끝에 있던 흰색 승용차 한 대가 적색신호를 무시한 채 도로 한복판으로 슬금슬금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다른 방향에서 녹색신호를 받고 진입하던 차량들은 경적을 울리며 더 이상 다가오지 말 것을 경고했지만 문제의 차량은 아랑곳하지 않고 일정 속도를 유지하며 전진을 거듭했다.

“저 차 왜 저래?” “신호를 착각했나?”

목격자들의 수군거림 속에 흰색 승용차의 기이한 질주는 몇 분 동안 이어졌다.

급기야 속도를 미처 줄이지 못한 차량들은 급히 핸들을 꺾어 가까스로 충돌을 피했고 당황한 일부 차량들의 동선이 꼬이면서 도로는 한순간 마비상태에 이르렀다.

이 같은 혼잡 속에서도 문제의 차량은 속도를 줄이거나 높이지 않고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직진, 교차로 건너편으로 향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지켜보던 사람들의 수군거림이 우려의 웅성거림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브레이크가 고장이 났구나!.” “아니야, 운전자가 갑작스런 쇼크로 정신을 잃었어.”

여러 가지 추측이 쏟아졌다.

일부 행인들이 운전자를 확인해 보려고 했지만 차량의 진한 선팅으로 내부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결국 승용차는 70m나 되는 교차로를 가로질러 반대편 전봇대에 ‘꽝’하는 소리와 함께 부딪치고 난 후에야 멈췄다.(사진)

차량 주변으로 사람들이 몰렸고 운전자가 나오기를 기다렸지만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결국 한 시민이 차량 문을 열었지만 차안엔 아무도 없었다.

“아무도 없었던 거야?” “세상에, 말도 안돼...차가 혼자서 교차로를 건너다니?”

순간 차량 주변을 둘러싼 행인들은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그 순간, 길 건너편에서 40대 여성이 급한 걸음으로 횡단보도를 건너왔다.

“어떻게 된 일이지? 분명히 기어를 브레이크에 올려놨는데….”

차량주인이었던 이 여성은 맞은편 복권가게 앞에 잠시 차를 세워놓고 이 가게에 들러 복권을 구입했다.

그녀는 기어를 주차모드로 바꾼 것으로 착각하고 차에서 내렸지만 기어는 주행모드에 그대로 있었던 것이었다.

복권을 구입해 가게를 나왔을 땐 차가 보이지 않아 도난당한 줄로만 알고 당황했었고 차량이 혼자서 직진한 사실을 나중에서야 알아차리고 뛰어왔던 것이다.

그녀는 상상조차 못한 상황에 혼란스러운 듯 주변사람들의 질문을 대충 얼버무리며 황급히 차를 몰고 사라져 버렸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를 지켜본 시민 김재성(50·회사원)씨는 “사고 승용차의 진행속도가 너무 느려 운전자의 건강이나 차량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걱정했는데 문을 열었을 때 운전자가 없는 것을 보고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포항=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