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연예인 李씨 위해 압력 의혹… “검사가 해결사 노릇”

입력 2014-01-13 04:33

현직 A검사는 왜 자신의 손으로 구속했던 여성 연예인 이모(32)씨를 위해 사건 관계인을 외부에서 접촉하는 등의 부적절한 행동까지 했을까. A검사는 “인간적으로 이씨가 너무 안쓰러웠다”는 입장이다. 감찰에 나선 대검찰청은 A검사가 ‘돈 전달자’ 역할까지 맡으며 이씨를 도우려 한 경위와 사건 청탁 여부 등을 규명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무슨 일 있었나=12일 검찰과 사건 관계자 등의 말을 종합하면 이씨는 춘천구치소에서 석방된 2012년 말쯤 자신을 수사했던 춘천지검 A검사 등에게 연락했다. 당시 이씨는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받은 수술 부작용으로 몸을 움직일 수 없을 만큼 고통을 겪고 있었다. 이씨는 A검사에게 전화를 걸어 “검사님,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재수술을 해야 하는데 다른 병원들은 받아주지 않고, 수술한 병원에서는 나 몰라라 합니다”라며 하소연한 것으로 전해졌다. A검사는 ‘이러다 이씨가 극단적 선택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A검사는 지난해 초 서울로 올라와 성형외과 원장 C씨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A검사는 “수술 부작용이 큰데 계속 방치하면 고소될 수 있다. 치료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C씨는 이씨에게 연락해 병원으로 불렀고, 다른 환자들이 없는 심야에 몇 차례 재수술을 해줬다. 또 과거 수술비와 미국 등 다른 병원에서 추가 치료를 받은 비용을 합해 1500만원 정도를 변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A검사는 이 돈을 자신 명의의 계좌로 받았다가 이씨 지인에게 송금했다. 이 일들은 모두 A검사가 C씨를 면담한 이후 이뤄졌다. 이씨는 “당시 제 계좌에 문제가 있어서 검사님이 대신 받아서 준 것”이라며 “아무도 안 나설 때 나를 도와준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사건 관련 청탁은 없었나=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월 서울 강남 일대 병원 7곳을 압수수색하는 등 프로포폴 불법 투약 의혹을 대대적으로 수사했다. C씨 역시 내사 대상에 포함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춘천지검은 이씨 등이 포함된 프로포폴 수사 자료를 서울로 이첩했다.

A검사는 “춘천지검에서 수사할 때 C씨는 대상이 아니었다. 서울지검이 강남 일대 병원을 점검할 때 C씨가 포함됐다는 것도 나중에야 알았다”고 해명했다. 자신이 C씨를 만난 것은 이씨를 도우려는 ‘선의’ 차원이지, 사건과는 관련이 없었다는 말이다. 그러나 C씨 입장에서는 현직 검사의 요구가 압력으로 받아들여졌거나, 사건 청탁 생각이 있었을 수 있다.

실제 C씨는 이씨를 통해 A검사에게 사건 선처를 부탁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A검사는 “사건에 개입할 생각도 없었고, 개입할 위치도 아니었다. C씨 수사가 어떻게 결론 났는지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C씨는 본보 기자가 병원으로 찾아가자 직원을 내세워 “아무 할 말이 없다”고 전했다.

◇프로포폴 수사 관련 두 번째 현직 검사 감찰=프로포폴 수사와 관련해 현직 검사가 감찰을 받기는 이번이 두 번째다. 대검 감찰본부는 지난해 1월 자신이 수사 중인 프로포폴 불법 투약 사건 피의자(의사)에게 자신의 매형을 변호사로 선임하도록 소개한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당시 서울중앙지검 박모(40) 검사를 불구속 기소했다. 법무부는 그 다음 달 면직 처분을 내렸다. 박 전 검사는 같은 해 11월 1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지호일 문동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