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훈아 대리’로 살다 떠난 모창의 대명사… ‘너훈아’ 김갑순씨 간암으로 별세
입력 2014-01-13 01:37
가수 나훈아의 모창 가수이자 ‘이미테이션(모방) 연예인’의 대명사로 통했던 ‘너훈아’ 김갑순(57)씨가 12일 간암으로 별세했다.
김씨는 지난 2년간 간암으로 투병해오다 최근 병세가 악화돼 숨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은 간암 진단을 받은 뒤에도 꾸준히 무대에 서며 활동을 이어왔다. 지난해 8월 EBS 프로그램 ‘용서-가면을 벗은 우정’ 편에 출연해 자신의 인생역정을 털어놓기도 했다.
김씨가 모창 가수로 활동한 건 20년이 넘는다. 그는 29년 전 자신의 본명을 내걸고 ‘명사십리’라는 노래가 실린 데뷔 앨범을 발표했다. 하지만 음반은 관심을 끄는 데 실패했다. 부모가 키우던 소를 팔아 마련한 돈으로 제작한 앨범이었다. 김씨는 노숙인으로, 일용직 노동자로 살다 생계를 위해 모창 가수의 길을 택했다. 생전에 그가 한 발언을 그대로 인용하면 ‘나훈아 대리인생’의 시작이었다.
김씨는 나훈아를 쏙 빼닮은 외모와 멋들어진 노래 솜씨로 명성을 쌓기 시작했다. 나이트클럽 등 ‘밤무대’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였다.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축제 무대에도 자주 섰다. 간간이 TV에도 출연해 이름을 알렸다. 그는 과거 한 인터뷰에서 나훈아의 노래와 표정 등을 그대로 따라하기 위해 “새벽 한강 둔치나 하수구 맨홀 안에 들어가 연습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모창 가수’라는 수식어를 좋아했던 건 아니다. 김씨는 EBS ‘용서-가면을 벗은 우정’ 편에 출연했을 때 이같이 말했다. “제 이름이 살아있는데 왜 하필 나훈아 선배님 그늘에 묻혀서 ‘대리 인생’ 너훈아로 살아갈까, 그런 생각을 가지면 자식들에겐 아빠로서 부끄럽습니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근해씨, 아들 별리·달리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 순천향대병원 5호실, 발인은 14일 오전 6시(02-797-4444).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