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상상력의 궁핍 처하면 안돼 연극 보여주면 또 다른 세상 경험”

입력 2014-01-13 01:37


하디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회장

“어린이에게 연극 등 문화를 경험할 기회를 주는 것 역시 기본적인 인권을 부여하는 일입니다. 아이들이 굶주림이나 교육 결핍 못지않게 ‘상상력 궁핍’에 처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니까요.”

지난 9일 서울 대학로 씨어터 카페에서 만난 이벳 하디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아시테지) 세계본부 회장의 말이다. 아시테지는 1965년 86개 회원국이 연극을 통해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문화적 교류 기회를 갖게 하고, 더 넒은 세상을 보여주자는 취지에서 만든 비정부 국제기구다.

하디 회장은 아시테지 한국본부 김숙희 이사장의 초청을 받아 9∼12일 서울에서 열린 ‘아시테지 아시아대회’ 참석차 처음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자녀들이 좋은 환경에서 자라길 바라는 부모라면 아이들에게 연극을 보여주는 것만큼 좋은 것은 없다”고 했다. 이유를 묻자 “영화 등 다른 장르와 달리 연극은 눈앞에서 변화 과정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아이들에게 특히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 명의 배우가 엄마, 의사, 해적 등 여러 캐릭터로 변하고 눈앞의 공간이 궁전도 됐다 안뜰도 되는 무대 세팅을 보면서 아이들은 다양한 입장에서 세상을 인식하고 자신에게도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하디 회장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으로 대표작 ‘번역 속의 진실(Truth in Translation)’ 등 다양한 작품을 기획·연출했다. 남아공의 인종차별 실태 조사를 위해 구성된 ‘진실과 화해위원회’의 통역사들을 통해 진정한 화해가 무엇인지 묻는 작품으로 아프리카는 물론 미국 스웨덴 코소보 등 13개국의 관객과 만났다.

그는 일본 중국 한국 인도 등 아시아 국가의 아동 청소년극을 많이 보진 않았지만 아시아 연극이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모색하는 것이 도드라져 보인다고 했다.

그는 특히 “2010년 카메룬에서 한국 연극을 봤는데, 프랑스어밖에 쓸 줄 모르는 현지 어린이들이 한국어 공연임에도 교감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며 한국 연극의 수준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인터뷰에 앞서 관람한 연희단거리패의 연극 ‘산 너머 개똥아’에 대해서도 “인형과 전통 악기를 이용해 어울려 즐길 수 있는 무대가 좋았다”고 말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