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 232곳 조사, 기업 76% “2014년 노사관계 악화”

입력 2014-01-13 01:36 수정 2014-01-13 02:42

통상임금 문제로 삐끗한 노사관계가 정년연장, 임금피크제 등 ‘초대형 태풍’을 앞두고 한층 어두워지고 있다. 기업 10곳 가운데 7곳은 지난해보다 올해 노사관계가 불안하다고 지목했다. 우리 경제가 회복이냐 장기침체냐의 갈림길에 선 상황에서 노사관계 악화는 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을 수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주요 회원사 232곳을 대상으로 2014년도 노사관계 전망을 조사한 결과 76.3%가 ‘지난해보다 더 불안할 것’(다소 더 불안 50.9%, 훨씬 더 불안 25.4%)이라고 답했다고 12일 밝혔다.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 노사관계가 불안해질 것으로 본다는 응답(42.7%)보다 33.6% 포인트나 늘어났다. 역대 조사와 비교해도 2010년(88.0%) 이후 가장 높다. 경총은 “통상임금, 정년연장, 근로시간단축 등 현안이 산적한 데다 상당수 기업에서 임금교섭과 단체교섭이 동시에 진행되는 짝수해의 특징으로 노사관계 불안이 커질 것으로 우려한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은 최대 불안요인으로 통상임금 범위 확대(20.2%)를 꼽았다. 지난해 12월 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노동계는 집단소송, 법 개정 추진, 단체교섭 요구 등을 통해 통상임금 문제를 쟁점으로 만들 계획이다. 이어 정년연장 및 임금피크제 도입(18.3%), 근로시간 단축(13.6%)을 둘러싼 논란도 클 것으로 내다봤다. 친(親) 노동계 입법 활동(13.6%)도 노사관계 불안요인이었다.

정치권이 정년 60세를 의무화하는 고령자고용촉진법 개정 과정에서 임금피크제 도입 여부를 명시하지 않아 임금체계 개편을 둘러싼 갈등도 불가피하다. 노동계는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에서 제시됐던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 임금삭감 없는 근로시간 단축을 집중적으로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기업들은 올해 노사관계가 가장 불안해질 분야로 공공 및 공무원(18.8%)을 들었다. 대기업 및 공기업 협력업체(16.4%)가 뒤를 이었다. 정부의 강도 높은 공공기관 개혁이 예정된 데다 철도노조 파업 과정에서 노정관계(노동계와 정부)가 바닥을 쳤기 때문이다. 경총은 올해 노정관계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정치파업이 증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기업들은 노사관계 안정을 위해 정부가 노력해야 할 과제로 노사관계 법·제도의 합리적 개선(57.9%)을 가장 많이 거론했다. 노사관계의 정치쟁점화 차단(25.4%), 산업현장 준법질서 확립(8.8%) 등도 제안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