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라운지-배병우] 미식축구는 검투사 경기?
입력 2014-01-13 01:36
미식축구는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 중 하나지만 가장 위험한 운동으로도 꼽힌다. 격렬한 태클과 빠른 스피드로 선수들에게 치명적인 부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그중에서도 뇌진탕을 포함한 머리 부상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식축구 출신 선수들은 알츠하이머(치매) 등 뇌세포 손상질환에 걸릴 확률이 일반인에 비해 4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12일(현지시간) 미국프로미식축구연맹(NFL)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NFL 정규시즌 중 189회의 뇌진탕 사고가 발생했다. 경기 중 뇌진탕 사고가 매주 11회 이상 일어난 셈이다. 하지만 이는 프로선수들에 대한 통계일 뿐이다. 8∼19세 미식축구 선수들의 경우 매년 2만5000명이 뇌진탕으로 응급급실로 실려 간다는 통계가 있다.
폭스뉴스는 최근 NFL 선수들의 머리 부상이 더 증가하고 있다며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 이를 ‘뇌진탕 열병’이라고 불렀다. 미 공영TV PBS는 지난해 10월 8일 NFL 선수들의 뇌 부상 문제를 다룬 ‘부인(denial)의 리그’ 편을 방영해 큰 관심을 모았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도 이를 우려하는 발언을 할 정도다. 그는 지난해 1월 시사주간지 ‘더 뉴 리퍼블릭’과의 인터뷰에서 “내게 아들이 있어 그가 미식축구 선수가 되기를 원한다면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라며 “미식축구는 물리적인 대가가 큰 운동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러 가지 해결 방안이 모색되는 가운데 머리 부상을 예방하기 위해 쓰는 헬멧이 더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헬멧의 디자인이나 성능이 뇌를 보호하는 데 미흡할 뿐 아니라 오히려 선수들이 이를 믿고 더 위험한 플레이를 감행하게 한다는 것이다. 일부 과격론자들은 헬멧 착용을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7일 뉴욕타임스의 프랭크 부르니 칼럼니스트는 ‘미식축구의 치명적인 수확’이라는 제목으로 만연한 선수들의 머리 부상 위험과 이에 대한 팬들의 ‘잔인한’ 무감각을 비판했다. 이 신문 여론독자란에는 ‘미식축구장의 폭력을 언제까지 참아야 하느냐’ ‘로마시대 상대가 죽을 때까지 칼을 휘둘렀던 검투사의 경기와 같은 스포츠를 이젠 중단할 때가 됐다’ 등의 의견이 다수 올라왔다.
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