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가정폭력 여전히 ‘집안 일’ 치부

입력 2014-01-13 01:36

부부폭력 사건을 현장에서 다루는 경찰관들이 범행의 잔혹성과 피해의 심각성보다 피해자의 형사처벌 의지를 더 중요하게 고려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여전히 부부폭력을 ‘집안 일’로 치부해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동국대 홍태경 교수는 12일 대구시의 지구대·파출소에서 근무하는 경찰관 22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내용을 분석해 ‘부부폭력 사건에 대한 경찰관 인식에 관한 연구’ 논문을 발표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논문은 부부폭력 사건을 처리할 때 13가지 고려 요인을 나열하고 ‘매우 중요’ ‘중요한 편’ ‘중요하지 않은 편’ ‘중요하지 않음’ 등 4점 척도로 측정해 평균을 산출했다.

그 결과 ‘피해자의 처벌 의지’가 3.50점으로 가장 높았다. 경찰관들이 피해자의 형사처벌 의지가 없으면 사건을 제대로 다루지 않을 개연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논문은 지적했다. 이어 흉기 사용 여부(3.49), 피해자의 신체적 외상(3.23), 가정폭력의 빈도(3.20), 피해자의 정서적 불안 상태(3.19) 순이었다. 또 조사에 응한 경찰관들은 ‘부부폭력 사건 처리는 복잡하다’(82.3%), ‘다른 사건에 비해 다루기 어렵다’(80.0%)고 답하는 등으로 부부폭력 사건을 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