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 성과와 한계] 집행 투명성 제고 ‘성과’… 사후검증 불가능 ‘한계’

입력 2014-01-13 02:33


한·미 양국이 12일 발표한 제9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은 그동안 국내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던 주한미군의 불투명한 방위비 집행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실제로 이번 협상에선 많은 부분에 개선이 이뤄졌다. 다만 미국 측이 우리 정부와의 협의내용을 지키지 않아도 이를 제어할 방안이 없고 구체적인 사후 검증 역시 기대하기 어려워 근본적인 한계는 여전하다는 시각도 있다. 또 정치권 일각에선 우리 정부가 제도 개선을 얻는 대신 총액에선 양보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방위비 배정·집행에 투명성 제고=한·미 양국이 방위비 분담금 배정 및 집행 분야의 제도 개선에 합의한 것은 크게 5개 분야다. 우선 양국은 방위비 분담금 배정 단계부터 사전 조율을 강화하자는 데 합의했다. 종전에는 우리 정부가 해당 연도에 책정된 분담금을 주한미군에 주면 미 측은 인건비, 군수지원, 군사건설 등 3개 항목별로 배정액 수치만 우리 측에 통보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배정액 추산부터 결정 단계까지 양국이 공동으로 검토와 평가를 실시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최소한 1년 전부터 분담금의 항목 배정이 적절한지 우리 측이 확인하고 검토할 수 있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또 군사건설 분야에서도 미국 측은 사업집행 1년 전에 구체적인 사업목록, 사업설명서를 우리 측에 제출하게 된다. 정부 당국자는 “양국 간 이견이 있을 때는 국방부 장관, 주한미군사령관까지 레벨이 올라가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양국의 방위비 분담금 항목별 배정 검토결과 보고서가 국회에 제출되는 절차도 새로 도입됐다. 양국의 협의 결과는 ‘방위비 분담금 종합연례집행 보고서’ 등의 형식으로 국회에 서면보고 절차를 밟는다. 아울러 군수지원에 참여하는 한국 업체 자격을 명시키로 했고,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의 인건비 분야도 분담금 항목 배정시 우선 고려하기로 했다.

◇한계는 여전, 사후검증도 불가능=성과에도 불구하고 이번 협상에는 여전히 한계가 존재한다. 방위비 항목 배정부터 결정단계까지 한·미 양국 간 협의절차는 강화됐지만, 미국 측이 우리 정부와의 협의 내용을 지켜야 한다는 강제조항은 없다. 또 방위비분담금이 실제 사용계획대로 집행됐는지 주한미군을 감사할 권한도 우리 정부가 가지고 있지 않다.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은 7000억원대의 미집행 방위비분담금이 2016년까지 한·미연합토지관리계획(LPP·주한미군 기지 평택이전사업)에 전용되는 상황을 계속 허용한 것은 미흡한 대목이라고 지적한다. 이 문제는 2009년 제8차 SMA 때에도 양해된 사안이지만 시민단체들은 “미국이 자체 예산에서 부담하기로 했던 LPP에 우리가 준 방위비분담금이 더 이상 전용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해 왔다.

아울러 방위비 분담금을 현재처럼 총액 단위로 협상하지 않고, 주한미군의 수요를 먼저 산출한 뒤 재원을 배분하는 ‘소요형’으로 바꾸지 못한 것도 아쉬운 부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따라서 차기 협상에선 분담금 제도를 소요형으로 전환하되 일정 규모 이상은 증액되지 않게 하는 장치를 두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이제 SMA는 정식서명 등을 거쳐 국회 비준동의 절차가 남았지만 험로가 예상된다. 민주당 배재정 대변인은 “(정부가 방위비 제도의) 소요형 전환에도 실패해 사실상 미국에 백기를 든 것”이라고 비판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