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 키’ 기성용, 탈꼴찌 이끈 시즌 3호골… 팀 통산 7000호 기록

입력 2014-01-13 01:34 수정 2014-01-13 03:51

“기성용을 복귀시키는 것은 우리나 본인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복귀해도 벤치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을 것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스완지시티의 미카엘 라우드럽 감독이 선덜랜드로 임대한 기성용(25)을 두고 지난 11일(이하 한국시간) 한 말이다. 이튿날 기성용은 보란 듯이 1골, 1어시스트에 패널티킥을 양보하는 관용까지 보이며 라우드럽 감독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12일 영국 런던 크레이븐 코티지에서 열린 2013~2014 프리미어리그 선덜랜드와 풀럼의 경기. 기성용은 팀이 1-0으로 앞선 전반 41분 결승골을 터뜨린 데 이어 후반 24분에는 팀의 세 번째 골을 도왔다. 기성용과 애덤 존슨(해트트릭)의 활약으로 4대 1 대승을 거둔 선덜랜드는 승점 17점(4승5무12패)을 확보, 19위로 한 계단 올라섰다.

기성용은 지난달 27일 에버튼과의 프리미어리그 18라운드에서 정규리그 마수걸이 골을 뽑아낸지 16일만에 골맛을 봤다. 지난달 18일 첼시와의 캐피털원컵 8강전 결승골까지 포함해 시즌 3호골이자 자신의 리그 첫 필드골이다. 기성용은 한달도 안돼 3골을 몰아넣으며 전성기를 예고했다.

선덜랜드는 구단 공식 SNS를 통해 “기성용이 풀럼전에서 득점한 두 번째 골은 선덜랜드의 리그 통산 7000호 골”이라며 “이는 리그 통산 10번째 기록”이라고 밝혔다. 현재 팀 통산 최다 골 기록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보유하고 있는 7618호 골이다.

선덜랜드는 전반 29분 존슨의 프리킥 선제골로 기선을 제압했다. 기성용은 전반 41분 오른쪽 측면 프리킥 상황에서 존슨이 땅볼로 밀어준 공을 강한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해 결승골을 뽑아냈다.

이어 선덜랜드가 2-1로 쫓기던 후반 24분, 선덜랜드 문전에서 혼전 중 볼을 낚아챈 기성용은 곧바로 빠른 역습에 나섰다. 하프라인에서 조지 알티도어와 원터치 패스를 주고받은 기성용은 페널티지역 오른쪽으로 침투하던 존슨에게 정확한 스루패스를 찔러 줬고, 존슨은 오른발로 가볍게 차 넣었다. 기성용의 시즌 1호 도움이 나온 순간이었다. 프리미어리그 주관 방송사인 스카이스포츠는 “역습 교과서에서 나올 골”이라며 “기성용이 반대쪽에서 쇄도하는 존슨에게 자로 잰 것처럼 공을 전달했다”고 호평했다.

존슨은 후반 40분 페널티킥으로 해트트릭을 달성했다. 선덜랜드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기성용이 패널티킥 키커로 지정됐으나 3-1에서 얻은 페널티킥 기회를 해트트릭을 앞둔 존슨에게 양보했다”고 밝혔다. 스카이 스포츠는 양 팀 선수를 통틀어 존슨(평점 9)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평점 8을 기성용에게 부여했다.

기성용은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원정 응원을 하러 온 팬들이 많아 깜짝 놀랐다”며 “팬들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이기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줄 필요가 있었다”고 밝혔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