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마을서 영어 가르치며 4박5일 동고동락… “촬영 후 이별 너무 힘들어”

입력 2014-01-13 01:34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 바닷길로 2시간 거리에 있는 인천 옹진군의 작은 섬 대이작도. 지난 10일 이곳을 찾았을 때 섬의 유일한 학교인 인천남부초등학교 이작분교에서는 이색적인 수업이 열리고 있었다. 전교생(총 9명)이 외국인 선생님들과 피아노 반주에 맞춰 영어로 ‘도레미송’을 부르고 있었던 것. 외국인 선생님의 도움 덕분인지 아이들의 영어는 꽤 유창하게 들렸다.

특히 눈길을 끈 건 낯익은 선생님들의 면면이었다. 방송인 샘 해밍턴(37·호주), 밴드 버스커버스커 멤버 브래드(본명 브래들리 래이 무어·30·미국), 유학생 샘 오취리(23·가나), 홍일점인 아비가일 알데레떼(27·파라과이). 이들은 바로 케이블 채널 tvN의 리얼리티 프로그램 ‘섬마을 쌤’ 출연진이었다.

‘섬마을 쌤’은 외국인 연예인 4인방의 섬마을 적응기를 다룬 프로그램으로 출연진은 지난 8일 섬에 입도했다. ‘섬마을 쌤’은 지난해 9월 파일럿(시범) 프로그램으로 첫 선을 보인 뒤 11월부터 정규 편성돼 매주 월요일 밤 10시50분에 방영되고 있다. 방송은 4박5일간 출연진이 특정 섬에 머물며 겪는 좌충우돌 스토리를 담아낸다. 이들은 섬마을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주민들과 동고동락하며 평생 못 잊을 추억들을 만들어왔다. 대이작도는 이들이 방문한 4번째 여행지다.

촬영 도중 만난 출연진은 “매번 새로운 섬에 올 때마다 새 가족이 생기는 기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팀의 맏형인 해밍턴은 “촬영이 끝날 때마다 아이들과 이별하는 게 너무 힘들다”고 했다.

“애들은 순수한 마음으로 저희에게 잘해줘요. 저희 역시 마찬가지고요. 그러다보니 금방 친해지죠. 곤리도(경남 통영 소재) 편 최종회에서 저희가 모두 울었던 건 애들과 헤어져야했기 때문인데, 아이들과 이별하는 게 그렇게 슬플 거란 생각은 전혀 못했었죠.”

다른 출연자들 역시 비슷한 내용의 발언을 쏟아냈다. 오취리는 “아직도 스마트폰 메신저를 통해 섬마을 아이들로부터 ‘선생님 보고 싶어요’라는 메시지가 온다”고 자랑했다. 알데레떼는 “진심을 다해 아이들에게 다가가니 애들 역시 우릴 열린 마음으로 받아주는 거 같다”고 말했다.

출연자 4명의 한국 거주 기간은 평균 7년이 넘는다. 방송에서 이들은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 같은 모습을 보여주며 웃음을 선사한다. 특히 출연자들의 한국 음식 사랑은 각별하다.

“(분식점인) ‘김밥천국’에 자주 가는 편인데 정말 음식이 맛있어요. 그런데 ‘섬마을 쌤’ 촬영을 오면 맛있는 걸 더 많이 먹게 되더라고요. 특히 전남 완도에서 먹은 김은 장난 아니었어요.”(오취리)

“촬영하면서 먹은 음식 중엔 팥칼국수랑 청국장이 맛있었어요. 미국에 있을 때 가족들끼리 콩으로 찌개 비슷한 걸 끓여먹곤 했는데 청국장이 어린 시절 먹었던 그 맛과 비슷하더라고요.”(브래드)

“어제 ‘흑쌤’(방송에서 오취리의 별명)이 가나 음식을 만들어줬어요. 그런데 먹고 나서도 배가 좀 고프더라고요. 한 할머니가 밥이랑 김치를 갖다 줬는데, 그걸 먹고 나니 괜찮아졌어요.”(알데레떼)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오락 프로그램이 범람하는 상황에서 ‘섬마을 쌤’이 보여주는 모습은 특별하다. 방송은 꾸밈없이 담백한 내용 때문에 ‘무공해 예능’ ‘순정 예능’이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학생들에게 저희와의 만남이 인생에 터닝 포인트가 됐으면 좋겠어요. 섬 밖에 어떤 세상이 있는지, 세계는 얼마나 넓은지 등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더 바랄 게 없어요.”(해밍턴)

대이작도=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