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조종 10분 만에 뚝딱… 대담해진 증시 불공정거래

입력 2014-01-13 01:34


전업투자자인 A씨는 ‘주식대박’을 위해 꼼수를 부렸다. 방법은 간단했다. 우선 주식 계좌를 여러 개 열어둔 후 주식 수가 적은 종목을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물량을 확보한 후 높은 가격으로 매수호가를 제출해 시세를 끌어올렸다. 다음날 오전 호가 접수시간에 무더기로 허수호가를 제출해 예상체결가를 끌어올린 후 가지고 있던 주식을 모두 던졌다. 시세조종은 하루면 충분했다.

주식시장의 불공정거래가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치밀한 작전 끝에 며칠에 걸쳐 이뤄지던 시세조종은 길어야 하루, 짧으면 10분이면 이뤄졌다. 한국거래소는 개미들에게 각별한 주의를 요구했다.

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지난해 이상거래 심리결과 금융위원회에 통보한 불공정거래 혐의종목이 256종목이라고 12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282종목)보다 26종목(9.2%) 줄어든 수치다. 문제가 된 종목은 줄었지만 불공정거래로 취한 추정 이득액은 오히려 늘었다. 지난해 추정 부당이득액은 2988억원으로 전년보다 26% 증가했다. 혐의통보 계좌도 4707계좌로 88% 늘었다. 거래소 관계자는 “지난해 새로 등장한 시세조종 수법과 기관투자자의 시세조종 등을 집중적으로 처리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주식시장에서 가장 문제를 일으킨 것은 ‘초단기 시세조종’이었다. 기존에는 단일종목을 대상으로 장기간에 걸친 시세조종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최근에는 2∼3일 동안 시세를 조종하거나 매매거래일 내에 모든 작전을 끝내는 초단기 시세조종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A씨처럼 홀로 주가조작에 나서는 경우 외에 지인과 함께 10∼20분 만에 수익을 얻고 다른 종목으로 옮겨가는 ‘메뚜기형’ 시세조종도 많았다. 이들은 우선 주식을 확보한 이후 고가매수·저가매도와 가장매매(동일 종목의 매도·매수 주문을 동시에 내 주식 매매가 활발한 것처럼 보이게 하는 행위) 등으로 시세 상승을 유도했다. 이후 주가가 오르면 발 빠르게 사뒀던 주식을 팔고 다른 종목으로 옮겨갔다. 이러한 시세조종은 선물 등 파생상품 시장에서도 빈번했다.

기업 공시정보를 이용한 부정거래도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부정거래는 총 47건으로 2012년보다 51% 줄었지만 수법은 매우 교묘했다. 심지어 경영진이 아닌 개미가 활약한 부정거래 건도 있었다. 슈퍼개미인 C씨는 경영에 참여하겠다며 자신의 세력들과 함께 다수의 지분을 취득한 후 경영권 분쟁 관련 사항을 언론에 배포해 거래를 활성화했다. 이후 구체적으로 경영권 인수방안을 발표해 주가가 오르면 가지고 있던 지분을 모두 팔아버렸다. 주가가 떨어지면 다시 싼 가격에 사들여 지분을 늘리고, 또다시 경영권 분쟁을 끌어내 이득을 챙겼다. 거래소는 주식시장의 암적 존재들을 잡기 위해 패스트트랙(빠른 시간 내 검찰에 사건 관련 일체를 넘기는 제도)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검찰과 금융당국 등 관계기관과의 공조에 더욱 힘쓸 것”이라며 “투자자들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한 루머와 미확인 정보에 대해서는 더욱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