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바이오디젤 혼합 의무화’ 도입 8년째… 현주소] 폐자원 활용 ‘제자리 걸음’

입력 2014-01-13 01:33


정부가 2007년부터 도입한 신재생연료혼합의무화제도(RFS)가 석유업계의 반대에 부닥쳐 확대되지 못하고 있다. 폐자원 활용 및 환경보호 차원에서 도입한 제도가 업계 이권에 가로막혀 그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RFS는 신재생연료 사용을 확대하기 위해 석유정제업자, 수입업자에게 일정 비율 이상 신재생연료(바이오디젤)를 경유에 혼합토록 의무화한 제도다. 정부는 2007∼2011년 정유사에 자발적인 혼합을 유도했고, 2012년부터는 고시로 혼합 의무화를 시행했다. 혼합 비율은 2007년 0.5%로 시작해 2010년까지 2.0%로 높이고 2012년 3%, 2015년에는 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하지만 바이오디젤 혼합 비율은 지난해까지도 2%에 그쳤다. 그러자 정부는 2015년 7월 30일까지 혼합 비율을 2%로 유지하겠다고 지난달 19일 다시 고시했다. 바이오디젤 업계와 석유 업계가 혼합 비율에 대해 합의를 이루지 못하자 현행 사용량에 준거해 혼합 비율을 2%로 정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정부가 밝힌 로드맵과는 상당히 동떨어진 수치다.

정부는 대신 2015년 7월까지 수송용 차량 연료에 신재생에너지 혼합을 의무화하고 위반 시 과징금을 부과토록 한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을 시행키로 했다. 하지만 이 법안에는 혼합 비율이 명시돼 있지 않은 상태다. 정부는 향후 공청회로 혼합 비율을 정하겠다는 방침이다.

◇바이오디젤 생산 능력은 해마다 급상승=국산 바이오디젤 주요 원료는 폐식용유와 도축장 등에서 버려지는 동물 기름 및 식당의 삽겹살 기름, 팜유 찌꺼기 등으로 생산량은 해마다 늘고 있다.

한국바이오에너지협회에 따르면 바이오디젤 제조에 사용된 폐식용유 양은 2012년 12만1000t에 달했다. 2006년(1만6000t)보다 7배 이상 증가했다. 또 기술 향상으로 과거에는 활용이 어려웠던 저급 폐식용유를 바이오디젤 원료로 재활용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2013년에 15만3000t의 폐식용유가 바이오디젤 원료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됐다.

또 지난해 1∼8월 도축장 내 동물 유지 및 식당 삼겹살 기름 수거로 1만2000t의 동물성 유지가 바이오디젤 연료로 사용됐다. 2016년에는 동물성 유지 5만5000t, 삼겹살 기름 2만t이 연료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한때 식용인데도 바이오디젤 원료로 사용해 논란이 됐던 대두유와 팜 정제유는 2010년 14만9000t이 쓰이다가 지난해(1∼8월)에는 2만500t으로 급감했고, 전체 바이오 연료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같은 기간 41.6%에서 4.6%로 줄었다.

◇국내 2% 장벽에 활용 길 막혀=바이오디젤 연료는 계속 늘지만 경유 혼합 비율이 2%에 묶이면서 업체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업체들은 판로를 확보하지 못해 공장 가동률이 30%선에 그치고 있다. 일부 업체에서는 국산 바이오디젤 연료를 원가에 가까운 가격으로 수출하고 있다.

석유업계는 바이오디젤 혼합 확대에 대해 다양한 논리를 내세워 반대하고 있다. 먼저 바이오디젤 원료 일부는 수입되고 있고, 식용 원료 사용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또 바이오디젤이 지속적으로 공급될지 확신이 서지 않고, 혼합유가 자동차에 미치는 영향도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실상은 경유 시장에서 바이오디젤 점유율이 높아지는 것을 반대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한 정유업체 관계자는 “바이오디젤 사용량이 늘어난 만큼 정유업체의 수익은 줄어든다”며 “다양한 논리로 반대하지만 결국은 수익 때문에 바이오디젤 확대를 반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1석2조 바이오디젤 효과=한국바이오에너지협회는 2006∼2012년 바이오디젤 원료로 재활용된 폐식용유가 49만4000t으로 이를 통한 오염물질 처리비용 절감액은 8420억원에 이른다고 추산한다. 수질개선 효과도 커 소양강댐(29억t) 60개에 달하는 수질을 개선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바이오디젤 연료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경유의 4분의 1밖에 안 되고, 황산화물도 거의 안 나온다. 이 때문에 미국에선 발암물질로 규정한 경유 배출가스로부터 어린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스쿨버스는 바이오디젤 연료를 100% 사용하도록 권하는 지역도 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관공서 버스는 모두 바이오디젤 연료를 사용토록 하고 있다. 한국바이오에너지협회 관계자는 12일 “바이오디젤의 경유 혼합 비율이 5% 이상인 나라가 35개국에 이른다”며 “바이오디젤 혼합률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