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료계 에두르지 말고 수가인상 말하라

입력 2014-01-13 01:41

우리는 국민의 건강을 볼모로 한 의료계 파업이 명분 없다는 것을 누차 지적해왔다. 그럼에도 대한의사협회가 3월 3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가겠다고 결의한 것은 심히 유감이다.

원격의료나 의료법인 자회사 허용 반대는 파업 명분일 뿐이지 의사들의 속셈이 다른 데 있다는 것을 국민들은 알고 있다. 정부는 원격의료가 시행되면 도서지역 주민이나 거동이 불편한 만성질환자가 편리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의료계는 가까운 동네병원 대신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몰리고, 오진 가능성을 우려한다. 의료법인 자회사 설립 역시 중소 병원의 경영난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라는 정부 주장과 영리병원의 전 단계라는 의료계 주장이 맞서고 있다. 의료계의 걱정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정부가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를 마련하겠다고 하는데도 파업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억지다.

결국 의사협회가 노리는 것은 멀찌감치 파업시한을 잡아놓고 정부를 협박해 의료수가(건강보험에서 지급하는 비용)를 올리려는 속셈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왜 당당하게 의료수가를 올려 달라고 말하지 못하는가. 노동계 등 건강보험 가입자 대표가 참여하면 의료수가를 마음대로 올리지 못할 것 같으니 정부가 대화하자고 제안한 민관 협의체를 걷어찬 것 아닌가.

정부가 오랫동안 의료수가를 낮게 묶어두면서 의료계 불만이 쌓인 것은 십분 이해한다. 그렇다고 의료 민영화로 의료비가 대폭 오를 것이라고 국민들을 호도하면서 자신들의 잇속을 채우려는 자세는 옳지 않다. 우리나라는 의료기관과 국민 모두 공적보험인 건강보험에 가입하도록 의무화돼 있다. 의료 민영화는 건강보험 대신 민간 의료기관과 환자가 민간 의료보험을 선택하도록 하는 것인데 좋은 건강보험 제도를 놔두고 국민들에게 부담을 더 지우려는 정부는 없을 것이다.

관건은 의료수가 인상이다. 의료계는 현재 의료수가가 원가의 75% 정도에 그친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의료수가 손실분을 건강보험 혜택이 없는 비급여를 통해 메워주고 있다. 문제는 의료수가를 올리게 되면 건강보험료 인상으로 연결돼 국민 부담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의료수가를 인상하려면 비급여 축소도 함께 논의돼야 마땅하다.

철도노조 파업 때처럼 ‘민영화’ 억지 주장을 부채질하는 야당도 문제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의료를 돈만 더 벌면 되는 산업 영역으로 바라보는 것은 천민자본주의식 사고”라며 “의료 영리화는 필연적으로 국민이 부담해야 할 의료비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영리화=민영화’라는 등식으로 본다면 의료수가를 인상해 달라는 의사들의 요구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정부와 의료계는 속내를 터놓고 대화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