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진 목사의 시편] 교회의 균형감각

입력 2014-01-13 01:32


목회자에게 요즘처럼 균형감각이 필요한 때가 없었던 것 같다. 정치적 이슈들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을 때 목회자의 한 마디는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하다. 목회자 가운데는 사회 문제나 정치 문제에 높은 관심과 식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러나 모든 것을 표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대부분 교인들은 목회자가 중요한 사회 이슈들에 대해 무엇이라고 하는지 궁금해한다. 특히 선거철이 되면 목사가 어떤 당을 지지하는지, 정치적 입장은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극에 달한다. 그래서 설교 중에 툭 던지는 한 마디, 한 문장을 가지고 나름의 추리를 한다. 그리고 교인들끼리 모여 우리 목사님의 생각이 어떤 것인지 자기들끼리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그러다 궁금증을 넘어 목사에게 어떤 당을 지지해야 하는지, 심지어 어떤 후보를 지지해야 하는지 명확히 밝혀 달라고 하는 이들도 있다.

오늘날 사회에서는 사람들의 생각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경우가 많다. 원자력발전소 문제나 철도파업, 지난 대선의 정당성 등에 대한 것들이다. 이 같은 이야기가 나오면 사람들은 각자의 입장을 갖고 첨예하게 부딪힌다. 간단한 담소가 토론이 되고, 감정이 섞이며 다툼이 되기도 한다. 심지어 가정 내에서까지 아버지와 자녀들이 다툼을 일으키고 서로 관계를 멀리하는 일까지 일어난다.

교회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구역 모임에서 함께 예배드리고, 이야기 나누다가 언성이 높아지는 일이 벌어진다. 교인들이 모여 예수님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다 정치 문제, 사회 문제로 화제가 바뀌면서 원수 사이처럼 멀어지는 경우도 있다.

목회자의 처신은 참으로 난감하다. 이러한 주제들을 외면하는 것도 부족한 것 같고, 언급하는 것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필자는 정치적인 문제는 설교 중에 언급을 피한다. 교인들은 어찌되었건 이쪽 아니면 저쪽으로 나뉘어 있기 마련이다. 목회자가 어떤 입장이건 정치적 입장을 나타내면 한 쪽은 잃을 각오를 해야 한다. 목회자라면 자신의 정치적 의견을 나타내는 것보다 한 생명이라도 잃지 않겠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사회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피력하기도 한다. 교인들이 시민으로서 비판적 의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는 비판하는 것을 불편해한다. 그러나 비판과 비난은 구분해야 한다. 비판은 합리적으로 따져보는 것을 의미하고, 비난은 정죄하고 심판하는 것을 의미한다. 남의 잘못을 지적하고 결점을 지적하는 비난이 아니라 사회 문제에 대해 합리적으로 이해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비판의 입장을 가져야 한다.

복음이나 교회 때문이 아니라 사회 문제 때문에 목회자가 어려움을 겪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이 사회에서 복음을 전하는 입장에서는 무관할 수 없다. 뱀처럼 지혜롭고 비둘기처럼 순결하라는 주님 말씀을 다시 붙잡아야 할 때다.

<거룩한빛광성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