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사회를 위하여-학교 떠난 아이들을 품자] 결손가정 대물림… 저학력→저임금→자퇴→저임금 악순환
입력 2014-01-13 01:33
이탈자 많은 학교·주변 지역 분석해보니…
가정이 보살피지 못하는 아이들을 학교가 돌보자면 힘은 배로 든다. 불행하게도 한국의 학교에는 그럴 여력도, 의지도 없다. 그래서 가난과 이혼 가출 폭력 같은 가정적 불행이 겹친 아이들이 많은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기록적인 수치로 빠져나간다.
국민일보는 학교이탈자 비율이 평균 10배 이상 높은 학교와 그 주변 지역을 분석해 봤다. 구조가 만든 불행은 어느 한 요인을 보완한다고 해소되기 어려워 보였다. 그래도 원인만은 분명히 드러났다.
경기도 안성시의 N고교. 낙후지역으로 꼽히는 안성에서도 소외지역으로 분류되는 곳에 있는 학교다. 학교이탈자 비율이 2013년 4월 기준 13.15%로 전국에서 네 번째로 높다(표 참조). 특히 최근 3년간 학교이탈자 비율이 13%를 웃돌았다. 10명이 입학해 채 9명이 못되는 아이들이 졸업을 한다. 전체 이탈률(1.01%)의 13배 이상, 고교생 평균 이탈률(1.8%)의 7배가 넘는 규모다.
임종철 안성교육지원청 장학사는 탈락의 사이클을 이렇게 설명한다. 부모가 타지로 일감을 찾아 나서면 아이들은 조부모 손에 맡겨진다. 1대 조손가정이다. 이들 중 일부가 이른 나이에 아이를 갖는다. 경제적 정신적으로 미숙한 채 부모가 된 10대들은 학교를 포기한다. 그리고 이번에는 자신의 아이를 귀향한 부모에게 맡기고 타지로 떠난다. 2대 조손가정이다. 저학력→저임금 노동자→다시 저학력의 자퇴생→저임금 노동자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벌어지는 것이다. 임 장학사는 “N고교 주변 지역에서는 조손가정의 대물림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 부적응 학생들이 몰리는 요인도 있긴 하다. 일반고·특성화고 등에 진학하지 못한 아이들이 오는 경우가 많다는 게 학교 측 설명이다. 이 중에는 타 지역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오는 애들도 종종 섞여 온다. 이런 학교 분위기 때문에 공부 좀 해보려는 학생들은 외지로 나간다. 역시 꼬리를 무는 악순환이다. 그 사이 교사들은 지쳐버린다. N고교 주변에서 자영업을 하는 정모씨는 “수업시간에도 학생들이 학교 주변을 돌아다닌다”고 말했다.
이곳에서는 지각·결석도 흔한 일이다. 안성시 청소년상담복지센터 관계자는 “맞벌이하는 부모님이 일을 나가면 아이들이 그냥 늦잠을 자버린다”며 “지각·결석은 벌점 페널티로 이어진다. 그러다 보면 아이들은 ‘벌점 맞고 혼나느니 차라리 그만두고 내 인생 찾자’는 식으로 학교를 떠난다”고 했다.
경기도 평택의 M고교도 흡사했다. 평택, 화성, 오산 경계 지역에 위치한 M고교는 세 지역 부적응 학생들이 몰린다. 맞벌이가정, 한부모가정, 조손가정 등 가정적 요인도 N고교와 유사했다.
전문가들은 부적응 학생들이 모이는 학교들만 집중 관리해도 학교이탈자 비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한다. 윤철경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교육 당국이 학교이탈 요인이 많은 학교들을 정책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면서 “가정의 보살핌을 받기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서는 주거용 대안학교를 확산시켜 아이들이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이영미 정승훈 차장, 이도경 김수현 정부경 황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