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서울중앙지검 부장급 수사검사 다 바꿨다…차장·부장검사 442명 인사

입력 2014-01-11 03:32

검찰 내 ‘꽃보직’으로 꼽히는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들이 한꺼번에 지방으로 발령 났다. 하방(下放)이라 할 만한 파격적인 인사에 일부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아들 의혹 관련 수사팀과 국가정보원 대선·정치개입 의혹 특별수사팀도 이번 인사로 새판이 짜여지게 됐다.

법무부는 10일 고검 검사(차장·부장)급 442명에 대한 전보 인사를 16일자로 단행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 부서에 근무 중인 부장검사 전원이 지방 일선청으로 내려가라는 명을 받았다. 김진태 검찰총장이 취임할 때부터 특히 특수수사 검사들에 대한 물갈이 인사가 예고돼 왔다. 29명의 인사 대상 부장검사 가운데 서울에 남게 된 부장검사는 3명에 불과하다.

4대강 사업 비리 의혹과 동양그룹 수사를 맡았던 여환섭 특수1부장은 대전지검 형사1부장, CJ그룹과 효성그룹을 수사한 윤대진 특수2부장은 광주지검 형사2부장으로 전보됐다. 소위 ‘엘리트 검사’들을 지방으로 보내 일선의 수사 역량을 높이고, 대신 지방에서 ‘빛’을 보지 못하던 검사들에게 중앙에서 일할 기회를 주자는 취지라고 한다. 고검 등의 정원이 꽉 차 더 이상 ‘전진 인사’를 하기 어려운 현실도 반영됐다.

채 전 총장 혼외 의심 아들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맡고 있는 장영수 형사3부장과 주임 검사인 오현철 부부장은 각각 광주지검 형사1부장, 홍성지청 부장으로 인사가 났다. 사실상 기존 수사팀의 와해로 볼 수 있다. 특히 개인정보 유출 사건 수사를 도맡아온 오 부부장의 지방 발령은 의외로 받아들여졌다. 수사의 연속성을 위해 오 부부장은 유임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기 때문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청와대와 법무부 장관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국정원 특별수사팀장을 맡았다가 ‘항명’ 논란으로 정직 1개월의 징계 처분을 받은 윤석열 여주지청장은 대구고검으로, 감봉 1개월인 박형철 공공형사부장은 대전고검으로 좌천성 발령을 받았다. 이정회 현 수사팀장은 원주지청장으로 전보됐다. 다만 현 수사팀이 남은 수사 및 공소유지를 맡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의 공안과 특수를 이끄는 2차장, 3차장 자리에는 윤웅걸 서울서부지검 차장과 유상범 대구지검 서부지청장이 각각 발령 났다.

법무부는 “대규모 전보 인사를 실시해 검찰 조직을 일신하고, 새로운 지휘부를 중심으로 업무에 매진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서울의 한 부장검사는 “무서운 인사”라고 촌평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