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전통 獄이란] 임재표 대구지방교정청장 “선조들 형벌制 집대성하는 것이 목표”
입력 2014-01-11 01:34
“전통 옥 연구는 취미이자 사명입니다.”
30여년간 우리나라 전통 옥인 원형옥(圓形獄) 연구를 통해 원형옥의 이론체계를 세운 대구지방교정청 임재표(57) 청장은 10일 전통 옥에 대한 열정을 이처럼 표현했다.
그는 1984년 교정간부 27기로 교정행정을 시작한 후 업무 이외의 시간은 대부분 한국 전통 옥과 형벌에 대한 자료 조사와 현장 답사로 보냈다.
틈틈이 전통 형벌과 관련된 자료를 모았던 그는 95년부터 본격적으로 전통 옥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의 전통 옥 연구는 99년 박사학위를 준비하면서 더욱 활발해졌다. 원형옥에 대한 체계적인 이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그는 국립중앙도서관, 경기도립도서관, 수원도서관, 규장각, 국회도서관 등 자료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갔다. 그러다 경기도립도서관에서 유일하게 남은 원형옥 사진이 실려 있는 ‘조선형무소 사진첩’을 발견하기도 했다.
그는 또 조선시대 읍지에 나와 있는 원형옥 자료를 모으기 위해 전문사진사와 함께 규장각을 수시로 드나들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옥터를 찾아가는 것도 일상이 됐다. 이렇게 준비해 2002년 완성한 논문 ‘조선시대 인본주의 형사제도에 관한 연구’는 원형옥에 대한 거의 유일한 연구자료로 인정받고 있다.
임 청장은 2012년 대구지방교정청장으로 부임한 후 교정역사기행 동호회인 ‘교정길벗’을 만들었다. 또 영남 17개 지역 옥터를 답사한 자료들을 모아 지난해 5월 ‘영남지역 전통 옥터 조사 및 답사기록’이라는 책을 발간했다.
임 청장은 “발품을 팔아 생각지도 못했던 자료를 찾게 되면 그 즐거움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다행히 아내와 아이들이 내 취미(역사 연구)를 이해해 주고 지원해 줘 더 잘 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원형옥과 우리의 전통 형벌을 집대성한 책을 만드는 게 목표다. 영남 지역 전통 옥터 조사 및 답사기록은 그 출발점이다. 또 애민·휼형사상으로 이뤄진 선조들의 형벌제도를 더 깊이 연구해 국민들에게 알리는 것도 그가 앞으로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일이다.
임 청장은 “우리는 선조들의 애민정신, 휼형사상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대부분 전통이 단절됐고 우리들 스스로도 찾아 배우려 하지 않았다”면서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우리 선조들의 정신이 깃든 형사제도를 현대의 교정에 적용한다면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훌륭한 교정행정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구=최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