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올림픽 우리도 뛴다] (4) 모굴 스키 최재우
입력 2014-01-11 01:33
세계 톱5 묘기 보유… 설상종목 첫 메달 예감
우리나라가 역대 동계올림픽에서 거둔 메달은 모두 빙상에서 나왔다. 하지만 이번 소치올림픽에서는 어쩌면 설상 종목에서 첫 메달이 나올지도 모른다.한국 스키 최초의 기록들을 써내려가고 있는 프리스타일 모굴 스키의 최재우(20)가 그 주인공이다.
최재우는 2012년 2월 이탈리아에서 열린 주니어세계선수권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비록 주니어 대회였지만 국내 설상 사상 최초의 세계선수권 메달이었다. 그리고 지난해 3월 노르웨이에서 치러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5위에 오르며 한국 스키 사상 역대 최고 성적을 거뒀다. 당시 1차 결선에서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한 최재우는 2차 결선에서 회전이 약간 흔들리는 바람에 아쉽게 5위에 머물렀다. 이어 같은 달 스웨덴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에서 10위에 오른 그는 국제스키연맹의 ‘올해의 신인상’을 받기도 했다.
네 살 때 처음 스키를 탄 최재우는 8세 때 접한 모굴 스키의 매력에 빠져 중학교 1학년 때 캐나다로 떠나 4년동안 혼자 스키 유학을 했다. 당시 월드컵 모굴 동메달리스트 출신의 마크 맥도넬 코치로부터 기술을 전수받으며 기량이 급성장한 그는 캐나다 주니어 대회에서 두 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그런 그를 눈여겨본 캐나다 대표팀에서는 귀화를 권유하기도 했다. 비록 캐나다가 모굴 스키 최강국으로 좋은 훈련 시설도 많지만 그는 태극마크를 택했다.
2009년 최연소 국가대표로 선발된 그는 토리노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출신으로 한국 대표팀 코치를 맡은 토비 도슨(한국명 김봉석)과의 만남을 통해 다시 한 번 성장했다. 도슨은 체계적인 훈련과 강한 카리스마로 그를 담금질했다.
최재우의 장기는 점프. 특히 최고난도로 꼽히는 ‘백더블풀’(뒤로 돌면서 720도 회전)과 ‘콕1080’(공중 1080도 회전) 기술을 가지고 있다. 이런 기술을 한 프로그램에서 두 차례 시도하는 선수는 세계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다. 그는 점프의 공중동작을 정교하게 연마하기 위해 지난해 여름 한국체대 선배인 올림픽 기계체조 금메달리스트 양학선에게 특별 과외를 받기도 했다. 그리고 약점으로 지적됐던 회전과 착지 역시 도슨 코치의 지도 아래 많이 업그레이드됐다.
최재우는 오는 14일 핀란드 루카에서 열리는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에 출전하기 위해 지난해 가을부터 캐나다에서 훈련중이다. 한국은 소치올림픽 남자 모굴에 1장의 출전권을 보유하고 있는데, 최재우가 평소대로만 하면 출전권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최재우는 후원사 CJ를 통해 “소치올림픽에서 제대로 기량을 보여주면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올 것”이라면서 “이번에 시상대에 선 뒤 4년 뒤 평창올림픽에서는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의 모굴 스키를 세계에 알리는 최초의 선수가 됨으로써 아직 비인기 종목인 스키를 인기 종목이 되도록 기여하겠다”면서 “피겨의 김연아, 수영의 박태환 같은 선수처럼 모굴 하면 내 이름을 떠올리게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번 소치올림픽에서 금메달 98개 가운데 절반인 49개가 스키 종목에서 나온다. 4년 뒤 평창올림픽을 ‘남의 잔치’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번 대회 설상에서 인상적인 활약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중심에 모굴 스키의 최재우가 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