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불평등·빈곤 문제 해결 잘될까… 美 상·하원 의원 절반이 백만장자

입력 2014-01-11 01:32


올해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 정치권의 최대 의제로 ‘소득불평등’ ‘빈곤 문제’가 부상한 가운데 미국 연방의회 의원 2명 중 1명 이상이 순자산 100만 달러가 넘는 백만장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갈수록 ‘부자 클럽’화되고 있는 미 의회가 빈곤층과 중산층에 긴요한 정책 대안 마련과 입법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설 것인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오히려 부유층에 편향된 입법이 늘어날 공산이 커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의 선거자금 감시 민간단체 ‘책임정치센터(CRP)’가 상·하원 의원들의 금융자산 공개 현황을 분석해 9일(현지시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직 의원 534명 중 268명(50.2%)의 순자산이 100만 달러(약 10억6400만원)를 넘었다. 이 비율이 50%를 넘은 것은 미 역사상 처음이다. 지난해 집계에서 백만장자 수는 257명으로 전체의 48%였다. 이번 집계는 의원들이 2012년 기준 재산액을 지난해에 신고한 것을 바탕으로 했다.

의원 1명이 보유한 순자산의 중간값은 2011년 기준 96만6000달러에서 4.4% 늘어난 100만8767달러로 집계됐다. 민주당 의원들의 순자산 중간값은 110만5000달러 정도였으며 공화당 의원들은 100만 달러가량이었다. 미 연방의원 가운데 최고 부자는 공화당 소속의 대럴 아이사(캘리포니아) 하원 정부개혁·감독위원회 위원장이다. 자동차 경보장치 사업으로 큰돈을 번 그는 4억6400만 달러(약 4936억원)의 재산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연히 대부분 의원들의 자산 증가는 급여가 아니라 투자에서 나왔다. 미 의원들이 가장 선호하는 자산증식 수단은 한국처럼 부동산 투자였다. CRP는 의원들의 부동산 투자액 가치가 4억4200만∼14억 달러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다음으로 선호하는 투자 대상은 증권이었다. 의원들이 가장 많이 투자한 업체는 제너럴일렉트릭(GE), 웰스파고 은행, 마이크로소프트(MS), 프록터 앤드 갬블(P&G), 애플 순이었다.

CRP는 “장기실업보험, 푸드스탬프, 최저임금 등 빈곤층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많은 사안이 의회에 계류 중인 시점에서 이번 통계는 분수령이 될 사건”이라고 논평했다. 과거와 비교해 이제는 빈곤층은 물론 중산층과 관련된 의원들의 숫자가 크게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의 에밀리 헤일 칼럼니스트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새해 핵심 정책으로 제시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의회에서) 누가 그 얘기를 하고 싶어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이 기사가 게재된 주간지 타임 온라인판 등 주요 매체에는 수백개의 댓글이 달렸다. ‘의원들이 빈곤층에 신경 안 쓰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자신들과 아무런 관계가 없으니까’ ‘금융위기 이후 정부의 기업·금융사에 대한 긴급구제 자금이 어디로 갔는지 알겠다’ 등 비판적인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한 네티즌은 “(미국 정치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의원으로 당선되는 데 너무나 거액이 들고, 그래서 홍보비를 부담할 수 있는 부자들만이 당선될 수 있다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