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학교 특별조사 이어 “편수실 부활”… 배경은

입력 2014-01-11 01:32

교육부 교과서 강공, 종착지는 국정化?

정부 여당이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 전환과 편수 조직 부활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보수의 위기감이 반영된 것일까. 이른바 좌파와의 이념 전쟁에서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인식이 잇따라 강수를 두게 만든 것일까.

편수 조직을 만들어 교과서에 대한 1차적 검증 시스템을 갖추겠다는 서남수 교육부 장관의 발언을 단순히 검증 오류를 바로잡는 수준으로 해석하는 시각은 별로 없다. 편수실 부활은 사실상 국정 체제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편수실에서 교과서 검정을 직접 하게 되면 정부가 원치 않는 사실의 선택과 가치관 반영은 불가능하다.

당장 야당과 시민단체 등은 10일 서 장관의 전날 발언에 대해 “교과서를 국정화하기 위한 수순으로 시대에 역행하는 발상”이라며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다. 반면 여당과 한국교총 등은 “검정체제에 변화가 필요하다”거나 “교육부의 교과서 검정 전담 편수 조직 부활 추진에 공감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서 장관은 전날 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났을 때 “교육과 정치를 분리해야 하는데 여야가 나서니 이제 더욱 시끄럽게 됐다”는 얘기를 했으나 되레 본인이 여야의 논쟁에 불을 붙인 형국이 됐다.

정부 여당의 대응들이 계획된 수순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학계 일부에서 꾸준히 제기하고 있는 이른바 ‘국정화를 위한 검정체제 흠집내기’ 시나리오다. 교학사 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하기 어려운 수준이지만 억지로 통과시켜 일부러 논란을 낳은 뒤 검정체제 자체의 문제를 부각시켜 국정화를 추진하기 위한 의도라는 것이다.

교육부는 이 같은 해석에 대해 억측이라고 부인했다. 교육부는 이날 설명자료를 내고 “서 장관의 전날 발언은 교과서 검정 위임·위탁 체제를 유지하되 교육부의 관련 조직과 전문 인력을 보강해 지속적으로 교육과정 및 교과서의 질적 수준을 제고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말한 것”이라고 밝혔다. 편수실 부활을 국정 교과서 전환으로 연결지어 바라보는 시각을 일축한 것이다.

거듭된 설명에도 불구하고 최근 교육부의 움직임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부분이 있다. 논란이 뻔히 예상되는 편수 조직 부활 얘기를 기자들에게 먼저 언급한 것이나, 되돌릴 수 없는 상황임에도 굳이 눈에 띄게 교학사 교과서 채택 변경 학교에 대한 특별조사에 나선 것 등이 그 예다.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조치들임에도 교육부가 이 같은 강공 드라이브를 펼치는 이유는 교과서를 제대로 만들겠다는 충정에 따른 즉자적 행보라기보다 또 다른 일관된 배경이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세종=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