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정건희] “지방선거, 설마 지겠어?” 민주당 근거 없는 낙관론 만연
입력 2014-01-11 02:32
요즘 민주당의 최대 고민은 6·4 지방선거에서 제1야당으로서의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느냐에 있다. 텃밭인 호남에서는 ‘안철수 바람’이 상당히 거세고, 서울 및 수도권에서는 ‘야권 분열은 곧 야권 공멸’이라는 우려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막상 민주당 관계자들을 만나 선거 전망을 들어보면 “설마 우리가 (안철수 신당에) 지겠어”라는 반응이 많다.
당 지도부 핵심 의원은 10일 국민일보 기자와 만나 “당내에 아직도 근거 없는 낙관론이 만연해 불안하다”며 “지지율로 보나 안풍(安風)으로 보나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이 바짝 정신을 차려도 모자랄 판에 열에 아홉은 내심 낙관적 전망들을 하는 것 같다”고 우려를 표했다. 박근혜정부의 실정까지 생각하면 지방선거에서 대승을 거둘 가능성도 높다는 ‘순진한’ 전망을 하는 의원들도 다수라고 전했다.
민주당 낙관론의 핵심은 “안철수 바람은 무소속 안철수 의원 개인에 대한 호감과 기대의 표현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는 것이다. 짧은 시간 동안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선거의 특성상 갓 출범한 신당이 탄탄한 지역조직을 갖춘 기성 정당을 이기기는 어렵다는 게 주요 논리다. 한마디로 “지지율과 선거 결과는 다르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전면적인 쇄신 없이 지방선거에서 신당을 이긴다고 한들 야권의 지지자들이 민주당에서 정권교체의 희망을 이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난 대선 이후 1년간 민주당은 대선 패배에 대한 성찰과 이에 따른 당 혁신을 해내지 못한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야권 지지자들이 민주당에 기대하는 것은 안철수 신당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수권정당으로서 새누리당을 넘어 정권교체를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다.
2012년 총선·대선 등 선거에서 새누리당으로 대표되는 보수 진영은 “이번엔 위험하다”는 불안심리를 퍼뜨려 지지층을 결집시켰고 승리했다. 반면 민주당은 “이번엔 우리가 이긴다”는 막연한 낙관론에 취해 연거푸 패했다. 당 안팎에서는 이번 6·4 지방선거도 같은 우를 범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건희 정치부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