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국민 60% 반대”-이재오 “국민 75% 찬성”… 개헌 여론조사 해석

입력 2014-01-11 01:31

개헌 문제를 놓고 여론조사까지 각자 입맛에 맞는 부분만 인용하면서 새누리당 내 계파 간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친박(친박근혜)계가 박 대통령의 ‘반대’ 입장을 대변하는 여론조사 결과를 내세운 반면 비박(비박근혜)계는 ‘찬성’ 결과를 제시하며 충돌했다.

친박계 핵심인 최경환 원내대표는 10일 주요당직자 회의에서 “국민의 절반 이상 60% 가까이가 올해 개헌 논의를 할 필요가 없다고 답변했다”며 “개헌으로 허송세월하지 말고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원내대표가 인용한 자료는 MBN과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가 공동 조사해 지난 8일 발표한 결과(전국 500명 대상,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4.4%p)로 개헌 논의를 ‘내년 이후로 미뤄야 한다’는 의견이 48.2%, ‘아예 할 필요가 없다’가 8.1%로 나타난 것을 합쳐 56.3%의 반대 여론을 소개한 것이다.

최 원내대표의 비판은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가 연일 요구하고 있는 개헌특위 구성 문제를 겨냥한 것이지만 ‘개헌 찬성이 다수’라고 한 이재오 의원 주장에 대한 반박이기도 하다.

비박계 좌장인 이 의원은 8일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연초에 국민 75%가 개헌을 해야 한다고 응답했다”며 “국민 다수가 가는 길을 가야 한다”고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그가 인용한 자료는 한길리서치가 조사해 지난 1일 발표한 것(전국 1000명 대상,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p)으로 ‘개헌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74.8%에 달했다.

연석회의 당시 이 의원 주장에 대해 친박 원로인 서청원 의원은 혼잣말로 “무슨 개헌”이냐며 반감을 드러낸 데 이어 “먹고사는 문제에 집중하자”고 제안했다. 한때 친박 좌장이었던 김무성 의원도 시기가 이르다며 가세했다.

친박과 비박을 대표하는 의원들이 설전을 이어가기 위해 여론조사 결과를 자기 입맛에 맞게 해석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 관계자는 “비슷한 취지의 질문이지만 (개헌)시기 문제에 대한 여론을 계파 이해관계에 따라 악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