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한 달 한 명꼴 사망… 당신 주변 승강기 안녕하십니까?

입력 2014-01-11 01:36


이동 편의를 돕기 위해 설치된 승강기가 자칫 목숨을 위협하는 흉기로 돌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는 많지 않다. 하지만 승강기는 사망자가 한 달에 한 명꼴로 발생하는 장소이자 소방당국이 교통사고 현장 다음으로 많이 출동하는 곳이기도 하다.

지난해 8월 14일 부산 해운대구 한 요양병원에서는 엘리베이터에 갇힌 환자 정모(57)씨가 탈출을 시도하다 사망했다. 엘리베이터가 5층과 6층 사이에서 멈추자 문을 강제로 열고 나가려던 정씨는 지하 1층으로 떨어져 숨졌다.

지난해 12월 24일에는 서울 역삼동 지상 20층, 지하 7층 업무용 빌딩의 엘리베이터가 추락해 인부 박모(42)씨와 이모(39)씨가 다리가 부러지고 척추가 손상되는 부상을 입었다. 엘리베이터 수리 중이던 이들은 빌딩 천장에 고정된 와이어가 갑자기 분리되면서 지하 6층까지 추락했다. 남아 있던 다른 와이어가 엘리베이터를 지탱해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 휠체어리프트 등 국내에 설치된 승강기는 47만1403대에 달한다. 그해 승강기 사고로 인한 사상자는 모두 133명이며 12명이 목숨을 잃었다. 116명은 중상, 42명이 경상을 입었다. 지난해의 경우 1월부터 11월까지 승강기 사고에서 구조된 인원은 교통사고(2만1525명) 다음으로 많은 1만7856명이었다. 같은 기간 고장 난 엘리베이터에 갇히는 사고는 1153건, 이 중 30분 이상 갇혀 있었던 경우도 143건이나 발생했다.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승강기를 흉기로 만드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이용자들이다. 1993년부터 지난해까지 승강기 사고의 65.76%가 이용자 과실로 발생했다. 핸드레일 붙잡기, 강제로 문 열지 않기 등 기본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은 탓에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 관계자는 “사고가 발생해도 불안감을 누르고 매뉴얼대로 행동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당부했다.

관리 및 보수 부실, 작업자 과실 등의 관리상 문제로 발생한 사고도 23.18%나 됐다. 안전행정부는 매년 치르는 정기검사에서 경미한 결격 사유가 발견된 부적합 승강기는 조건부 합격 판정한 뒤 일정 기간 후 재검사를 받도록 한다. 불합격 판정을 받고도 계속 운행하거나 재검 시에도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경우 ‘운행중지’ 처분을 받는다.

이처럼 조건부 합격 판정을 받은 승강기는 지난해 1∼11월 16만7000대로 전체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운행정지 처분을 받은 승강기도 1230대나 됐다.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 관계자는 “전산망을 구축해 사고이력을 관리하는 데도 승강기 관련 사고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며 “이용자나 관리자 모두 기본 안전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안전사고를 피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