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감쪽같이 뚝딱… 3D 프린터 대중화
입력 2014-01-11 02:36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 중인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전시관 중 하나는 입체 제품을 찍어낼 수 있는 3D 프린터 존이다. 3D 프린터 업체들은 전시장 중심부에서 다소 떨어진 사우스홀에 위치했지만 9일(현지시간)에도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업체들의 부스를 제외하면 가장 많은 관람객이 몰렸다. 전시관은 약 409㎡ 규모로 모두 9개 업체가 제품을 선보였다.
눈길을 끈 건 3D 프린터가 신기술을 전시하는 수준의 시연회가 아니라 대중화가 본격화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가격이 크게 떨어지면서 소비자들이 주머니를 열 수 있는 수준이 됐다.
대만업체 XYZ프린팅은 이번 CES에서 499달러(약 53만원)짜리 3D 프린터 ‘다빈치 1.0’을 공개했다. 가로·세로·높이가 모두 20㎝인 정육면체형으로 12가지 색의 ABS(고부가합성수지)를 재료로 쓸 수 있다. 카트리지 가격도 개당 15달러로 저렴하다. XYZ프린팅은 올해 3월 중 제품 판매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동안 중저가형 3D 프린터를 제작해 온 미국의 솔리두들(SoliDoodle)은 999달러짜리 솔리두들4를 선보였다. 가로·세로·높이가 각각 약 20㎝인 제품을 만들 수 있다. 프린터 해상도를 0.1∼0.4㎜까지 0.1㎜ 단위로 조절할 수 있어 정교한 작업도 가능하다.
3D 프린터 제품이 늘면서 관련 기기 출시도 잇따르고 있다. 스타트업(신생) 기업인 매터폼은 CES에서 컬러 3D 스캐너를 579달러에 내놓는다고 발표했다. 여러 대의 고해상도 카메라가 물체를 인식해 5분 안에 3D 도면을 만들어낸다.
플라스틱이나 ABS 일색이던 소재도 다양화되고 있다. 3D시스템즈는 설탕, 초콜릿, 사탕류 등을 재료로 쓸 수 있는 3D 프린터 쉐프제트와 쉐프제트 프로를 공개했다. 식품을 재료로 3D 모형을 제작하는 것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은 먹을 수 있다.
3D 프린터를 활용한 비즈니스 가능성도 엿보였다. 3D시스템즈는 ‘3D 미(Me) 포토부스’라는 제품을 공개했다. 얼굴을 3D로 촬영해 이를 인쇄하는 것인데 머리 이하 부분은 여러 가지 캐릭터와 합성할 수 있어 기업 행사 등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전시장에서는 스타트렉 주인공들의 몸에 일반인의 얼굴을 합성한 제품을 전시했다. 또 루카스필름, 마블코믹스 등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유명 캐릭터들을 3D 프린터로 인쇄하는 서비스도 시범적으로 선보였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2012년 2800만 달러 규모였던 3D 프린터 시장은 2017년 3억200만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스타트업이나 벤처를 중심으로 성장해 온 3D 프린터 시장에 기존 프린터 강자들이 속속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HP는 2014년 중으로 3D 프린터를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고, 캐논은 일본에서 다른 업체의 3D 프린터를 판매하며 시장 참여를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라스베이거스=글·사진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