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여가생활] “부장님! 5월2일 휴가 예약합니다”
입력 2014-01-11 01:32
새해맞이는 달력과 다이어리를 장만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리곤 달력을 한 장씩 넘겨보며 주말과 겹치는 공휴일이 없는지 살핀다. 하루라도 겹치면 한숨이, 징검다리 휴일이 이어지면 환호가 나온다. 게다가 올해부터는 대체휴일제가 적용돼 일요일부터 시작되는 추석연휴가 수요일까지로 하루 더 늘었다. 모두 헤아린 2014년 공휴일은 67일. 2002년(67일) 이후 12년 만에 맞은 ‘잭팟’이다. 게다가 5월엔 황금연휴가 기다리고 있다. 1일 근로자의 날을 시작으로 3∼4일 주말, 5일 어린이날, 6일 석가탄신일까지 이어져 2일 하루만 휴가를 내면 6일을 연속으로 쉴 수 있다. 발 빠른 사람들은 이미 지난해부터 여행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직장인 이호진(29)씨는 5월 로마 여행 비행기표를 지난해 12월 예매했다. 이씨는 “여름보다는 날씨가 좋은 5월에 휴가를 하루만 쓰고 다녀올 수 있어 일부러 유럽 여행을 결심했다”며 “서두른다고 했는데도 싸고 좋은 조건의 비행기표는 이미 다 팔리고 없었다”고 말했다.
이씨처럼 수개월 전 저렴한 가격에 나오는 ‘얼리버드 항공권’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인터파크투어는 5월 연휴 기간에 출발하는 해외 항공권 예약률이 최대 80%에 달한다고 10일 밝혔다. 홍콩, 방콕, 대만이 각각 80%, 75%, 70%의 예약률을 보였고 유럽지역 예약률도 파리 70%, 런던 65% 등으로 집계됐다.
올 5월 황금연휴 해외여행 수요 증가 움직임은 이미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2014년 해외여행 트렌드 전망 보고서’에서도 감지됐다. 응답자 중 5월 연휴에 해외여행을 가겠다고 답한 사람은 전체의 44.6%로 여름휴가철 떠나겠다는 사람보다 많았다.
인터파크투어 관계자는 “5월이 전통적인 해외여행 성수기는 아니지만 황금연휴로 지난해 말부터 예약 경쟁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스트레스를 떨치기 위해 떠나면서도 스트레스를 받으며 경쟁해야 할 지경이다. 이유는 평소 휴가를 제대로 쓰지 못하는 문화에 있다. 회사는 비용 절감과 자기개발 등을 이유로 휴가를 권장하지만 주어진 휴가를 제대로 다 쓰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당연히 연휴기간에 여행 수요가 몰릴 수밖에 없다.
세계 최대 온라인 여행 사이트 익스피디아가 지난달 24개국 직장인 8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 세계 평균 유급휴가는 21.6일, 실제 사용일수는 18.7일이었다. 한국인 평균 유급휴가는 1년에 10일로 나타났다. 그나마 실제 사용한 일수는 7일에 불과했다. 설문에 참여한 한국인 300여명 중 36%는 사람들과 휴가 기간을 맞추는 것이 어려워 휴가를 가지 못했고, 65%는 일 때문에 휴가를 취소하거나 연기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회사원 A씨는 “회사에선 적극적으로 휴가를 쓰라고 하지만 길게 붙여 쓰면 상사 눈치가 보인다”며 “미리 휴가를 계획하고 예약했으나 못 가게 돼 위약금을 물은 적이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성수기는 비싸긴 하지만 공식적으로 쉴 수 있을 때 가는 게 맘이 편하다”고 덧붙였다.
하나투어 홍보팀 조일상 대리는 “저렴한 가격에 원하는 시간대 항공권을 구매하려면 최소 3∼4개월 전 예매해야 한다”며 “인기 노선의 경우 항공사가 시즌 직전 증편하는 경우도 있어 미리 표를 못 구했다면 이때를 노려보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