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영성 저수지, 기도원의 四季] ‘가을’ 노동과 기도

입력 2014-01-11 01:36

2014년 한국 교회에 보내는 세가지 시선

130년 전 이 땅에 첫발을 내딛은 파란 눈의 선교사들에겐 희망이 있었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으로 누리게 될 이 땅의 평화였다. 그러나 성장과 부흥의 시기를 거치며 혹 그 시절 찾아온 복음을 잊고 살지는 않았는지. 새해 한국교회는 다시 복음으로 일어서려고 한다. 오늘부터 매주 토요일 세 차례에 걸쳐 ‘2014년 한국교회에 필요한 세 가지’를 제안한다. ‘엎드림’ ‘내려놓음’ ‘돌보심’. 세상을 섬김으로 내려놓고, 그리스도의 사랑을 펼치는 한국교회의 모습이다.

추수가 끝나면 들판은 텅 빈다. 낙엽은 거리를 뒹군다. 시인은 오직 한 사람을 택해 사랑해야 하는 계절이라고 했다. 아름다운 열매를 위해 비옥한 시간을 보내야 한다고 했다. 우리는 차가운 겨울을 나기 위해 ‘신앙의 집’을 짓는다. 하나님과 깊이 교제할 시간이다. 조용한 묵상 기도, 더 깊은 관상 기도를 위해 두 손을 모은다.

예수원은 대한성공회 대천덕 신부가 1965년 ‘노동이 기도이고 기도가 노동’이라는 기치를 걸고 강원도 태백에 세웠다. 입소자는 매일 오전·오후 3시간씩 하루 6시간 일을 해야 한다. 하루 3차례 예배와 기도가 있다. 연간 1만명가량이 이곳을 다녀간다. 한국교회의 ‘영성 저수지’이다. 일반인도 누구나 미리 전화로 신청하면 갈 수 있다. 휴대전화 소지가 금지된다.

한국라브리는 생활공동체다. ‘라브리(L'Abri)’는 프랑스어로 피난처란 뜻이다. 인생의 온갖 문제의 해답을 찾기 위해 누구나 잠시 머물 수 있는 일종의 ‘영적 피난처’다. 반나절은 공부, 반나절은 노동한다. 공부는 대개 혼자 한다. 임영수 목사가 일군 모새골은 영성공동체다. 비교적 자유롭게 생활하면서 기도할 수 있다. 단 하루 3차례 공동식사에 참여해야 한다.

예향원은 오로지 침묵 속에서 기도와 묵상을 하는 곳이다. 입소자들은 서로 대화하지 않고 하나님만 바라보게 된다. 하루 4차례 기도한다. 1회 기도는 1시간가량. 산책도 하루 2∼3차례 한다. 광림수도원은 개인기도 처소가 200여개나 있다. 33만여㎡ 땅에 기도공원 음악당 산책로가 마련돼 있다. 김선도 광림교회 원로목사가 88년 “하나님과 대화 없이 올바른 크리스천이 될 수 없다”며 설립했다.

강주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