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노트-오인숙] 살자
입력 2014-01-11 01:33
요즘 많은 사람들로부터 ‘죽고 싶다’는 말을 듣는다. 그리고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죽고 싶었다는 사람들의 말에는 공통점이 있다. 주변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더라는 것이다. 그토록 사랑하던 자식들도, 배우자도 부모도… 아무도 보이지 않더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보지 못한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갑절의 고통으로 살아야 한다.
힘들게 파출부를 해 자식들을 성장시켜 출가시킨 어머니가 있었다. 그런데 그 어머니는 어느 날 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기가 막히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평소 우울증을 앓던 그 딸은 남편이 병들어 눕고 아들까지 교통사고로 발목을 절단해야 할 위기가 닥치자 견딜 수 없어 죽음을 택했던 것이다. 세월이 지난 후 사위는 병이 나았고 손자는 극적으로 발목을 절단하지 않고 완쾌되었다. 그러나 사위뿐만 아니라 손자까지도 ‘나 때문에 엄마가 죽었다’는 죄책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것을 보면서 그 어머니는 “조금만 참지… 지나가는 건데, 지나가는 건데…”라고 했다. 죽는다고 해서 모든 게 끝나는 것은 아니다. 죽음 후에는 심판이 있고 이 땅에 살면서 맺은 관계는 여전히 이어지는 것이다. 남겨진 자가 간 자의 고통의 몫을 지고 가야 하는 것이다. 아니, 갑절의 십자가를 져야 하는 것이다. 남겨져야 할 자들을 돌아볼 겨를이 없이 살고 싶으나 살 대책이 없어 앞이 깜깜한 사람들이라도 ‘살자’. ‘살자’… 이 세상에 한 번쯤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보도블록 사이를 비집고 나오는 잡초처럼 생명력이란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오늘도 중환자실에서 하루를 더 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생명도 있지 않은가. 생명은 하늘로부터 온 것이므로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이다. 나는 ‘홀로’가 아니다. 서로의 인생을 버텨주어야 하는 하나의 버팀줄로 이어져 있다. 버팀줄 하나가 끊기면 나머지 모든 버팀줄이 함께 쓰러지는 것이다. ‘살자.’ 당신은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이다.
오인숙(치유상담교육연구원 교수·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