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가 독재자를 만났을 때… 생일 축가·찬양·두둔… ‘빗나간 우정’

입력 2014-01-10 01:37

전직 미국 프로농구(NBA) 선수 데니스 로드먼이 8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 앞에서 생일 축가 ‘해피 버스데이’를 불렀다. CNN방송 인터뷰에서 북한 당국을 막무가내로 두둔해 비난 여론을 증폭시킨 상황에서 김 제1비서에게 노래까지 바친 것이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8일(현지시간) ‘로드먼은 외교적 역할을 하는 순진한 박애주의자(do-gooder)가 아니라 어릿광대(buffoon)’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북한에 머물고 있는 로드먼보다 더 바보 같은 모습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독재자 일가를 위해 공연한 스타는 이전에도 있었다. 여가수 비욘세, ‘팝의 여왕’ 머라이어 캐리, 세계 3대 테너 호세 카레라스 등은 리비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 일가의 개인 파티에서 노래한 사실이 알려져 곤욕을 치렀다.

비욘세는 2009년 12월 31일 카리브해 세인트바츠에서 열린 카다피 일가의 새해 전야 파티에서 노래 5곡을 부르고 100만 달러(약 11억원)를 받았다. 흑인 팝스타 어셔도 비욘세와 같은 곳에서 춤추고 노래했다.

머라이어 캐리는 2008년 말 같은 장소에서 열린 파티에서 노래를 부르고 100만 달러를 받았다. 그는 지난해 말 아프리카 앙골라에서 폭군으로 불리는 호세 에두아르도 도스 산토스 대통령의 가족 파티에서도 2시간 동안 공연하고 같은 돈을 받았다.

2007년 그래미 어워드 최우수 보컬상을 받은 캐나다 여가수 넬리 퍼타도는 그해 이탈리아의 한 호텔에서 카다피와 그 가족을 위해 45분간 공연하고 같은 금액을 받았다.

세계적 인기곡 ‘헬로(Hello)’를 부른 라이오넬 리치는 2006년 4월 15일 리비아 트리폴리에서 노래를 불렀다. 미국의 리비아 폭격 20주년 희생자 추모공연이었다. 호세 카레라스도 함께한 이 자리에는 카다피가 직접 참석했다.

지난해 6월에는 미국 가수 겸 배우 제니퍼 로페즈가 투르크메니스탄의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을 위해 생일 축가를 부르는 동영상이 공개됐다. 당시 로페즈는 “우리는 당신이 아주, 아주 행복한 생일을 보내길 바라요”라고 말했다. 투르크메니스탄은 베르디무하메도프의 철권통치로 세계 최악의 인권 탄압국이란 비판을 받고 있었다.

2010년에는 영국 가수 스팅이 이슬람 카리모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의 딸이 주선한 콘서트에서 공연을 했다. 카리모프 대통령도 독재자로 악명 높은 인물이었다.

이들 대부분은 비난이 쏟아지자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공연 사례비를 자선단체 등에 기부했다. 공연 당시엔 문제가 될 줄 몰랐다는 게 주요 해명이었다. 다만 스팅은 “문화 보이콧은 무의미할 뿐 아니라 비생산적”이라는 성명을 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