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야스쿠니 재참배 여운 남겨
입력 2014-01-10 03:31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에 또 참배할 여지를 남기며 지난해 참배의 정당성을 강변했다. 이 과정에서 일본과 중국은 전 세계를 향해 전면적인 여론전을 벌였다.
아베 총리는 9일 모잠비크 등 중동·아프리카 4개국 순방에 앞서 기자들이 야스쿠니 신사에 또 참배할 의향이 있는지 묻자 “한 국가의 지도자로 영령의 명복을 빈다는 마음은 계속 지니고 있겠다”고 말해 재참배 여지를 남겼다.
아베 총리는 앞서 8일에도 한 방송에 출연해 “누군가가 비판한다고 해서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안 하는 자체가 문제이며 설사 비판을 받더라도 총리로서 당연한 역할과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과 중국은 물론 미국까지도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는 것을 전혀 신경쓰지 않겠다는 의사였다.
아베 총리의 강변이 이어지면서 중국과 일본의 여론전도 가열되고 있다. 아프리카를 방문 중인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9일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인류 양심의 마지노선을 넘은 것”이라고 규정했다. 류제이 유엔주재 중국대사도 8일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2차 세계대전 이후의 국제질서에 대한 노골적인 모욕”이라며 “국제사회는 경계를 느슨하게 하지 말고 잘못된 역사 관점을 바로잡도록 아베 총리에게 경고해야 한다”고 비난을 퍼부었다.
중국은 앞서 추이톈카이 주미대사, 장쥔싸이 주캐나다대사, 류사오밍 주영대사 등이 차례로 현지 언론 인터뷰나 신문기고 등을 통해 아베 총리 비난 대열에 합류했다. 화춘잉 외교부 대변인은 “일본 군국주의 침략은 역사상 가장 어두운 악마”라고 독설을 퍼붓기도 했다.
이에 맞서 일본도 요시카와 모토히데 유엔주재 대사가 반격에 나서 유엔주재 기자를 상대로 “아베 총리의 참배는 군국주의 찬양이 아닌 영구 평화의 맹세”라는 주장이 담긴 보도문을 냈다. 또 7~8일 스페인을 방문 중인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도 “전몰자의 명복을 빌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본은 미국의 경우 아베 총리의 측근으로 ‘외교 책사’인 야치 쇼타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안보국장을 보내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한 경위를 설명했다. 또 아베 총리의 친동생으로 외가에 양자로 들어간 기시 노부오 외무성 부대신도 13일 미국에 파견키로 했다.
한편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9일 “아베 총리의 발언을 국내 언론이 ‘마이동풍’(馬耳東風·남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고 흘려버림)이라고 표현했다”며 “제 눈길이 그 표현에 한참 머물렀다”고 말해 에둘러 비판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