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은 주변에…” 美 양당 대권 잠룡 ‘크리스티·클린턴’, 나란히 구설

입력 2014-01-10 01:35

2016년 미국 대선의 유력한 두 후보인 공화당의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연초부터 정치적 역풍에 휘말렸다. 특히 지난해 말 여론조사에서 클린턴 전 장관에게 근소한 차이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난 크리스티 주지사는 이른바 ‘브리지 게이트(Bridge gate)’로 상당한 정치적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스캔들은 지난해 9월 뉴저지주 포트 리와 뉴욕을 잇는 ‘조지워싱턴 브리지(다리)’의 2개 차로가 나흘간 차단돼 포트 리가 사실상 거대한 주차장이 되면서 시작됐다. 차로 차단에 대한 미스터리가 커진 가운데 이를 지시한 사람이 크리스티 주지사의 최측근 참모임이 8일(현지시간) 드러났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크리스티의 부(副)비서실장인 브리짓 앤 켈리가 지난해 뉴저지 주지사 선거 당시 크리스티를 지지하지 않은 포트 리의 시장을 ‘응징’하기 위해 차로 차단을 지시했음이 그가 보낸 이메일과 문자메시지 등으로 확인됐다. 정치적 보복을 위해 세계에서 가장 교통량이 많은 다리의 일부 차로를 의도적으로 막았다는 것이다. 포트 리 시장은 민주당 소속이었다.

크리스티 주지사는 이러한 사실을 몰랐고 켈리 부비서실장 등이 마땅히 비난받아야 한다고 수습에 나섰지만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2016년 대선 출마 의지를 굳힌 그가 전국 정치무대에 출사표를 던지기 직전 이미지에 먹칠을 한 대형 스캔들이 터진 것이다.

한편 로버트 게이츠 전 국방장관은 다음 주 출간될 회고록에서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대해 2008년 대선 경선을 앞두고 정치적인 목적으로 이라크전 병력 증원에 반대했다고 주장했다. 게이츠는 “클린턴 전 장관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이라크전 병력 증원에 반대한 것은 2008년 초 아이오와 코커스를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고, 오바마 대통령도 모호하지만 이를 인정하는 듯했다”면서 두 사람이 국방장관인 자신 앞에서 이렇게 말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고 화가 났다고 술회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