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모든 분야 챙기는 시진핑… 中, 단일지도체제로 회귀
입력 2014-01-10 01:35
‘시진핑(習近平)의 만기친람(萬機親覽·임금이 모든 정사를 친히 보살핌).’
중국이 시 주석 집권 2년차인 새해를 맞아 집단지도체제에서 ‘영수핵심제(단일지도체제)’로 확실하게 회귀하고 있다. 정치는 물론 외교, 경제, 민생 등 모든 분야에서 시 주석이 전면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시(習)외교’ ‘시경제’ ‘시민생’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시 주석은 이 과정에서 지난 7∼8일 이틀 동안 베이징에서 개최된 중앙정법공작회의에 참석, 정법위를 ‘직할 체제’로 운영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당 총서기가 전국 단위 정법위 회의에 참석하기는 1997년 장쩌민(江澤民) 이후 처음이다. 정법위는 법원·검찰·경찰을 관할하는 당 중앙 직속기구로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이지만 정치국 상무위원 중 한 명이 정법위 서기를 맡아왔다.
◇‘집단에 해를 끼치는 세력(害群之馬)’을 척결하라=시 주석은 정법위 회의 연설에서 “정법 분야의 부패 현상과 ‘집단에 해를 끼치는 세력’을 척결하는 작업을 결연하게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절대 그대로 둘 수 없는 4가지’를 열거했다. 첫째는 군중이 경찰에 신고한 사안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방치하는 것, 둘째는 군중이 원할 때 소송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것, 셋째는 군중의 합법적인 권익을 권력 남용으로 침범하는 것, 넷째는 법 집행 과정에서 억울한 상황이 생기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발언은 원론적으로 공정한 법 집행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사법처리 임박설이 제기되고 있는 저우융캉(周永康) 전 정법위 서기와 그 추종세력을 겨냥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왕이카이(汪玉凱) 국가행정학원 교수는 “시 주석의 발언은 ‘공포’를 쏜 게 아니며 틀림없이 저우융캉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특히 연설 도중 ‘공평과 정의’를 이례적으로 8차례나 언급했다. 왕 교수는 이에 대해 현재 중국 사회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불공평’과 ‘불공정’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두개의 백년’을 위하여=중국 관영언론들은 요즘 연일 시 주석의 리더십과 동정을 부각시키기에 바쁘다. 기존의 집단지도체제에서 ‘시진핑과 나머지 상무위원들’ 체제로 바뀌고 있는 게 곳곳에서 확인된다. 과거 지도부에서 ‘정치와 외교는 주석, 경제와 민생은 총리’였던 시스템이 완전히 바뀌었다.
이는 ‘강한 중국’을 위해서는 기존 시스템으로는 안 되고 ‘강력한 1인 리더십’을 통한 개혁이 필요하다는 논리에서 출발한다. 이를 통해 2012년 11월 열린 18차 당 대회에서 처음 제시한 ‘두 개의 백년’을 완성하는 게 목표다. 즉 1921년 중국공산당이 출범한 뒤 100년이 되는 2021년까지 의식주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샤오캉(小康)사회 건설을 완성하고, 1949년 ‘신중국’을 건설한 지 100년 뒤인 2049년까지 ‘중국의 꿈’을 실현한다는 것이다. 중국공산당은 중국의 꿈을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고 정의한다.
이에 따라 관영 언론은 ‘2014년은 시외교의 원년’이라고 밝히면서 ‘중국 위협론’을 제기하는 주변 국가들의 우려에 대한 시 주석의 견해를 전했다. 시 주석은 “강한 중국이 위협이 되는 게 아니라 가난하고 약한 중국이 오히려 주변국에 위협이 된다”고 밝혔다. 시진핑 체제에서는 민생 탐방도 그의 몫이다. 지난 연말 그는 베이징 시내 양로원을 방문해 식단까지 직접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