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최진영(33)의 세 번째 장편 ‘나는 왜 죽지 않았는가’(실천문학)는 분리수거조차 될 수 없는 쓰레기 같은 인간 ‘원도’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킨다. 원도는 아내와 딸에게조차 버려진 가장인 동시에 횡령과 살인혐의로 도피하는 자이다. 그럼에도 작가는 버림받아 마땅한 원도를 앞세워 전혀 예상치 못한 내기에 우리를 초대한다. “사는 동안, 잊을 만하면 튀어나와 원도를 궁지로 몰아넣던 질문. 때론 가소롭고, 때론 무섭고, 때론 고통스럽던 질문. 글자나 소리로 이루어진 대답이 아닌, 원도 자체를 요구하던 그것. 왜 사는가. 이것은 원도의 질문이 아니다. 왜 죽지 않았는가. 이것이다.”(16쪽)
원도의 기억 속에 두 명의 아버지가 있다. 한 아버지는 여섯 살 원도 앞에서, “아버지를 믿어라”라는 알 수 없는 말을 남기고는 ‘물’을 마시고 숨을 거둔다. 이후 나타난 다른 아버지는 원도의 모든 걸 이해한다면서 “그러니 너 역시 모든 걸 이해해야 된다”라고 원도를 옥죈다. 하지만 어머니는 원도를 뒤로한 채 하루 종일 봉사활동을 다니고, 정작 원도 앞에서는 아무 이유도 없이 울음 터트려 그에게 공포와 죄책감을 안겨준다. 이것 때문이었을까. 이것 때문에 원도의 삶이 이리도 뒤틀렸던 것인가. 아니면 횡령 때문인가. 하고많은 직업 중에서 은행에 발을 들인 것부터가 잘못된 것이었던가. 아니다. 그럼 도대체 무엇 때문인가. 소설은 ‘나는 왜 죽지 않았는가’라는 스스로의 질문에 대한 부정적인 단말마 ‘아니다, 아니다’로 점철되면서 원도의 고통스런 내면을 치밀하게 훑어간다. 원도의 삶 전체를 건 이 내기는 호락호락하게 진실을 드러내지 않는다. 원도는 대체 어디에 가닿을 것인가. “이것 때문이다. 장민석이다.”(202쪽)
어릴 때 한 방에 살았던 이복형제 장민석. 장민석은 원도에게서 모든 걸 앗아가 버렸다. 어머니는 물론 대학 때 사귀던 애인까지. 어느 날 멱살을 잡고 싸우다가 원도에게 밀려 쓰러진 장민석은 병원 중환자실에 누워있다. 하지만 원도의 삶을 뒤틀리게 한 것은 결국 장민석이 아니다. 그건 우리가 사는 동안 영원히 아물지 않는 구멍으로서의 삶 자체이다.
정철훈 문학전문기자
뒤틀린 삶, 因果의 뿌리를 알 수 있을까… 최진영 장편 ‘나는 왜 죽지 않았는가’
입력 2014-01-10 0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