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거래시간 늘리고 전 종목 1주씩 사고팔게” 한국거래소 중장기 과제 발표
입력 2014-01-10 01:38
한국거래소가 주식시장 거래시간을 연장하고 전 종목에서 단주(端株) 매매(10주 미만 거래)를 허용하기로 했다. 또 정부에 증권거래세 감면과 파생거래세 도입 유보를 건의하기로 했다. 심각한 거래 부진에 빠진 자본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거래소의 국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대책이다.
◇세계 추세 따라 경쟁력 확보=최경수 거래소 이사장은 9일 서울 여의도 거래소 기자실에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거래소 2020년 중장기 추진과제’를 발표했다. 최 이사장은 “2020년까지 세계 시장에서 시가총액 9위, 주식거래대금 5위, 파생상품 거래량 5위를 달성해 세계 7위 수준의 거래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거래소는 현재 국내 경제의 저성장, 인구 고령화, 가계부채 문제 등에 직면해 세계 10위권 밖으로 밀려나 있다. 아시아의 다른 거래소들이 시가총액(중국·세계 4위)과 파생상품 거래량(인도·세계 2위)에서 한국을 추월했다.
거래소는 시장의 유동성을 확대하고 해외 투자자를 모으기 위해 현재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6시간 운영되는 주식시장의 정규 거래시간을 연장할 방침이다. 영국 런던증권거래소(LSE)와 유럽 유로넥스트(Euro next)는 8시간30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6시간30분간 장을 연다. 최 이사장은 “금융투자업계의 근로조건과 맞물린 문제라서 신중히 협의하고 있다”면서도 “가능하면 이사장 재임기간 중 이뤄내고 싶다”고 말했다.
정규 거래시간 연장에 앞서 상반기 중에는 시간외거래 제도가 개선될 전망이다. 현재 장 종료 뒤 오후 3시10분부터 3시30분까지인 시간외 종가매매 거래시간을 오후 4시까지 늘린다는 것이다. 이후부터 오후 6시까지인 시간외 단일가매매는 매매 체결 주기를 기존 30분에서 5∼10분으로 단축, 거래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거래소는 개인 투자자들의 소액 거래를 늘리기 위해 그간 제한하던 단주 매매도 허용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는 5만원 미만 종목의 경우 10주 단위로만 거래가 가능하다. 최 이사장은 “매매제도 전반을 손질해 해외로 빠져나가는 유동성을 국내로 흡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소는 금융 당국에 유동성이 작은 저가주에 대한 세제 혜택을 요청하고 있다. 최 이사장은 “증권거래세 감면 역시 세계적 추세”라며 “현물 차익거래세의 경우 통계적 수익이 0.1%인데 세율이 0.3%라서 거래 자체가 부진해졌다”고 설명했다.
◇“거래소 직원도 영업맨 돼야”=거래소는 올해 영업이익이 9억원 적자로 예상될 만큼 위기에 처해 있다. 다양한 수익원 개발 없이 수수료 수익에 의존하다가 자본시장이 침체되자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2011년 이후 일평균 거래대금 기준 주식거래는 36%, 주력 파생상품인 코스피200옵션 거래는 40%가 감소했다.
이에 최 이사장은 수익 창출 부서를 확대하고 후선 부서를 통폐합하는 등 체질 개선에 돌입했다. 파생상품개발부, 상장유치부, 미래전략부가 신설된 반면 비서실과 인사·총무국은 통폐합됐다. 현대증권 대표이사 출신인 최 이사장은 “민간 기업은 경쟁에서 이겨야 수익을 거두는데, 독점성이 있는 거래소는 그간 마케팅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그는 “공무원처럼 일하지 말고 서비스업을 해야 한다”며 “이젠 영업을 해야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 거래소의 기본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