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설 이산 상봉 거부… “좋은 계절에” 언급

입력 2014-01-10 02:33

북한이 설 이산가족 상봉을 끝내 거부했다. 정부의 새해 첫 남북관계 개선 시도가 무산됨에 따라 당분간 냉각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북한은 “좋은 계절에 마주 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추후 상봉 가능성을 열어뒀다.

통일부는 9일 북한이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명의로 우리 측이 지난 6일 제의한 설 이산가족 상봉 적십자 실무접촉을 거부하는 내용의 통지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북한은 통지문에서 “남측이 우리의 성의 있는 노력과 상반되게 새해 벽두부터 언론들과 전문가들, 당국자들까지 나서서 무엄한 언동을 했을 뿐 아니라 총포탄을 쏘아대며 전쟁연습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지난 1일 신년사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을 언급했지만 바로 다음날인 2일 실시된 우리 군의 ‘신년 적 전면전 격멸훈련’을 문제삼은 것이다. 또 3일 통일부가 김 제1비서의 신년사에 대해 “진정성에 의구심이 든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 등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이어 “설은 계절적으로나 시간적으로 고려된다(고려해봐야 한다)”고 밝혀 설을 전후로 한 시점이 가장 추운 계절이어서 고령 이산가족의 상봉에 부적합하고 시간상으로 촉박하다는 점도 거부 이유로 내세웠다.

하지만 북한은 “설을 계기로 흩어진 가족·친척 상봉을 하자는 남측 제의가 진정으로 분열의 아픔을 덜어주고 북남관계 개선을 위한 선의에서 출발한 것이라면 좋은 일”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남측에서 다른 일이 벌어지는 것이 없고 우리의 제안도 다같이 협의할 의사가 있다면 좋은 계절에 마주 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측에서 말하는 ‘우리의 제안’은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를 연계시키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남한에서 다른 일이 벌어진다는 것은 이르면 2월 말 실시될 한미연합사령부의 지휘소훈련(CPX)인 키 리졸브 연습과 실제 한·미 전력이 참가하는 4월 말 독수리 연습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김의도 대변인은 “북한이 연례적 군사훈련 등을 인도적 사안과 연계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북한은 말로만 남북관계 개선을 얘기할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면서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재개를 위한 우리 측 제의에 성의 있게 나오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