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새해 벽두부터 이념 갈등… 또 갈라지는 대한민국

입력 2014-01-10 03:31

대한민국이 새해 벽두부터 이념 갈등을 앓고 있다. 지난 연말 여야 정치권이 나서서 철도노조 파업을 극적으로 타결지으며 한숨 돌리나 했더니 한국사 교과서 문제, 의료 민영화 논란 등을 놓고 보수와 진보가 양쪽으로 갈리면서 정국이 다시 꼬이고 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과의 소통 차원에서 지난 6일 새해 첫 기자회견을 가졌지만 오히려 정쟁을 부채질하는 꼴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장 큰 이념 논란은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를 둘러싸고 발생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역사 교과서 문제가 어떤 이념 논쟁으로 번지는 것을 참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좌건 우건, 이념적 편향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언급이 끝나자마자 즉각 교과서 논쟁이 불붙었다. 정부와 국회는 그 중심에 섰다. 교육부는 대통령 기자회견 당일 교학사 교과서를 선정했다가 취소한 고등학교에 대해 특별조사에 착수했고, 이틀 뒤인 8일 “교과서 채택 철회 과정에 외압이 작용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진보 진영은 “최초 교과서 선정 과정에 외압이 있었다”며 조사 결과를 신뢰하지 않고 있다.

국회는 논란에 더욱 기름을 부었다. 새누리당은 아예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교과서로 전환하자”는 주장을 펼치고 있고, 민주당은 “역사 쿠데타이자 유신 회귀”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학생들이 공부하는 교과서를 놓고 보수와 진보가 뒤얽혀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의료 민영화 논쟁도 갈수록 휘발성을 드러내고 있다. 박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보건·의료 등 5대 유망 서비스산업을 집중 육성할 것”이라며 규제완화 대책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의료 민영화는 국민에 대한 또 다른 선전포고”라며 대대적인 반대 투쟁을 예고했다.

연초부터 국민적 갈등을 부추긴 여야 정치권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새누리당 김재원 전략기획본부장은 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박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의료와 교과서 문제에 대해 기본적인 정책 방향을 밝혔다”며 “민주당이 구체적인 내용도 살펴보지 않고 의료 민영화라고 호도하는 것은 국민을 분열시켜 정쟁으로 이끌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교과서 문제는 일선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선택해 일단락되는 것인데 교육부가 특별조사에 나서면서 문제를 다시 부풀렸다”며 “의료 민영화도 의약계의 반발이 먼저고 민주당은 이를 대변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전문가들은 ‘소통의 역지사지(易地思之)’를 조언했다. 김태일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소통은 말만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반대파의 의견을 어느 정도 수용해주는 것”이라며 “대통령 입장이 완강하니 반대쪽도 과격해지고 표현 수단이 격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 등이 교과서를 이념논쟁화한 일차적 책임이 있지만, 입만 열면 ‘유신’이라고 말하는 야당도 국민을 오도하는 것”이라며 “여야 모두 모든 사안을 이념적으로 접근하는 것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임성수 김동우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