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봅시다] 길고양이 중성화수술 등 지자체가 관리… 공존 모색해야
입력 2014-01-09 20:07 수정 2014-01-10 01:35
1730년대 프랑스 파리에선 ‘고양이 대학살’이 벌어졌다. 고양이가 마법이나 여성의 성욕 등을 상징한다고 여겨 일종의 ‘오락’처럼 고양이를 죽였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고양이를 불길하다며 기피해왔다. 2000년대 후반부터 길고양이를 둘러싼 갈등이 급속도로 확산됐다.
2010년에는 ‘캣쏘우’라는 닉네임의 네티즌이 새끼고양이 아래턱을 잘라 자랑하듯 온라인에 공개해 물의를 빚었다. 지난해 6월엔 개를 동원해 길고양이를 물어뜯게 한 뒤 동영상을 찍어 올린 대학생이 경찰 수사를 받았고, 2012년 7월에는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준다는 이유로 같은 아파트 주민을 폭행한 50대 남성이 구속되기도 했다.
이런 사건은 길고양이 때문에 불편을 호소하는 주민들과 고양이에게 온정을 베푸는 일명 ‘캣맘’들 간의 갈등이 극단적 형태로 나타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갈등이 이제 시작 단계라고 말한다. 길고양이, 유기견 등의 문제는 인간 중심의 도시화를 급하게 겪은 우리나라에서 앞으로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시민단체 ‘동물을 위한 행동’ 전경옥 대표는 9일 “길고양이는 인간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말했다. 1970년대 갑작스런 현대화 과정에서 대도시에 다세대가구 밀집지역이 많이 생겼고, 좁은 골목 사이에 음식물 쓰레기들을 내놓으면서 고양이들이 자연스레 번식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최근에는 고양이가 애완동물로 인기를 끌자 호기심에 키웠다가 길에 버리는 사례도 늘었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집계한 버려진 고양이 수는 2008년 8246마리에서 2012년 4만 마리 가까이 급증했다. 한 마리당 수백만원씩 하는 ‘품종묘’가 꾀죄죄한 몰골로 길에서 돌아다니는 걸 쉽게 볼 수 있게 됐다.
반면 이들이 인간의 재산권과 안녕을 침해한다는 불만도 높아졌다. 굶주린 길고양이가 동네 곳곳의 쓰레기봉투를 뜯고 발정기가 오면 밤새 목청 높여 우는 탓에 불면을 호소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아파트처럼 인구 밀집 거주지에서 주로 분쟁이 발생한다.
그러나 외국과 국내 일부 지역에서는 길고양이와의 공존법을 찾아나가고 있다. 대만 허우퉁 마을과 일본 후쿠오카의 아이노시마섬은 지자체가 나서서 길고양이를 관리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지역에선 고양이가 주요 관광수입원이다. 최소한의 생존을 보장하고 지속적인 중성화 수술로 개체수를 유지해 인간과의 공존이 가능해졌다.
경남 통영의 섬 욕지도의 목과마을에서는 길고양이들이 해변에서 어민이 던져주는 생선 찌꺼기를 먹으며 자유롭게 산다. ‘고양이 마을’로 유명해지면서 여러 차례 매스컴도 탔고 관광객도 증가했다. 도심과 달리 한적한 마을이기에 공존이 가능했다는 분석도 있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