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한국사 교과서 논란 패러디물 새누리당도 페북에 올렸는데…
입력 2014-01-09 18:07 수정 2014-01-09 22:24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가 일선 고등학교에서 외면받고 있습니다. 언론인 조갑제씨가 ‘마지막 잎새’라고 불렀던 경북 청송여고마저 9일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철회했습니다. 학교운영위원회를 정식으로 열어 학부모의 의견을 경청한 결과입니다.
이런 결과로 머쓱해진 쪽은 새누리당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새누리당은 공식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8일 “철수도 영희도 바둑이도 랩을 한다 홍홍홍”이란 제목으로, 옛 교과서 속 어린이들 그림에 대사를 집어넣은 합성사진을 올렸습니다. 이전 네티즌들은 철수 쪽에 “영희야 뭐하니”라고 낙서하고, 영희는 “신경꺼”라고 답을 쓴 뒤 웃곤 했던 그 그림입니다.
안티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이른바 ‘패러디’를 새누리당이 실험해 본 겁니다. 새누리당은 꽃을 보던 영희가 “예쁘다”고 말하자, 철수가 “왜곡된 시선이야”라고 말하는 것으로 바꾸었습니다. 또 “철수: 싹이났어, 영희: 편향된 시선이야” “영희: 이렇게 오리면, 철수: 이건 날조야”라고 썼습니다. 오른쪽 구석엔 ‘도서출판 참교육’이라고 달아 은근히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떠올리게도 했죠. 만 하루가 지난 이날 300여명이 ‘좋아요’를 눌렀고 댓글도 60여개 달렸습니다.
하지만 같은 날 공개된 웹툰 ‘동네변호사 조들호’의 인기에는 못 미치는 것 같습니다. ‘조들호’가 패러디물보다 컷이 많은 웹툰이긴 하지만 2만명 넘는 회원이 ‘별점주기’에 참여했고 댓글도 7000개를 넘어섰습니다. 만화 속 조들호 변호사는 영화 ‘변호인’의 한 장면처럼 국밥집에 앉아 역사 교과서 채택 관련 뉴스를 듣습니다. 그리곤 “친일파 같은 놈들이 교과서를 만든다고…”라며 분통을 터뜨립니다. 웹툰은 한 고교생이 조 변호사에게 교과서 문제로 법적 대응을 하고 싶다는 내용으로 끝납니다. 네티즌들은 “몸쪽 꽉 찬 돌직구”라고 했습니다. 댓글 하나에만 1만개의 ‘좋아요’가 달리기도 했습니다.
패러디는 익살과 풍자를 자아내기 위해 만든 합성물을 가리킵니다. 시사와 유머가 합쳐진 한국의 대표 인터넷 문화입니다. 그런데 누가 패러디를 할까요? 아쉬운 사람들이 합니다. 국정을 주도하는 사람들은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저 마이크 앞에 서면 됩니다. 힘있는 사람들이 패러디까지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는 겁니다. 막강한 힘을 지닌 여당의 ‘마지막 잎새’가 먹히지 않는 이유입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