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여성CEO 열전] ② 본아이에프 최복이 대표

입력 2014-01-10 02:31


기업 위기때 기도로 돌파 ‘무릎 경영인’

흰옷 입은 예수가 두 눈을 지그시 감고 한 어린아이를 안고 있는 그림. 최복이(49) 본아이에프 대표이사의 휴대전화 배경화면이다. “제 영혼의 상태를 잘 설명해주는 그림이라 참 좋아합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이 아이처럼 주님 안에 있으면 평안이 느껴지거든요.” 최 대표이사의 설명이다.

그는 2시간여 동안 ‘하나님과 동행한 본죽 경영사(經營史)’를 부드럽고 단호한 말투로 풀어냈다. 2002년 사업 시작 후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최 대표이사는 정공법을 택했고, 이것이 옳았음을 입증해냈다. ‘죽 사업 하려다 죽 쑨다’는 편견과 ‘쓰레기 죽 파문’ 대처가 대표적 사례다. ‘기도로 기업 위기관리를 했다’며 자신을 ‘무릎경영인’으로 소개한 그를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본사에서 만났다.

시인, 죽 선생에서 ‘생업 선생’이 되다

최 대표이사는 1994년 등단한 시인이다. 글을 쓰던 그가 사업을 시작한 건 생계를 위해서였다. 남편 김철호 대표회장은 목욕용품 사업으로 3년 만에 400여개의 가맹점을 냈지만 97년 외환위기로 부도를 맞았다. 남편이 호떡장사를 거쳐 친구와 외식창업컨설팅회사를 운영했지만 살림은 좀처럼 펴지지 않았다. 컨설팅 회사에 딸린 요리학원에서 남편을 돕던 그는 빚을 내 2002년 대학로에 죽 전문점을 냈다.

환자만 먹는 음식이란 편견과 불리한 입지조건으로 초반엔 고전했지만 손님은 나날이 늘었다. 인근 역과 사거리, 병원 등에서 열심히 전단을 돌린 덕이었다. 주문 즉시 만들어내는 넉넉한 양의 죽은 손님에게 ‘한 끼 식사’로 충분하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하루 판매 목표치인 100그릇을 5개월 만에 달성하고 언론매체에 ‘줄 서서 먹는 맛집’으로 소개되자 2년 새 가맹점이 300호점으로 늘었다. 그러자 최 대표이사에게 돌연 회의감이 찾아왔다.

“새끼손가락으로 절벽에 매달리는 심정으로 사업을 시작했는데, 막상 잘 되니까 ‘평생의 업이 이건가’란 생각이 들더군요. 죽에 손을 수시로 데고, 온종일 전국을 다니며 점주 교육을 하는 삶을 꿈꾸던 건 아니었으니까요.”

고된 일상에 지쳐갈 무렵 그에게 한 가맹희망자가 찾아왔다. 어려운 환경에서 전 재산을 창업하는 데 투자한 이 가맹점주는 장사가 잘된 날마다 최 대표이사에게 전화해 감사를 표했다. 이 전화 한통은 그가 사업에 ‘올인’하게 된 계기가 됐다.

“기쁨에 찬 점주의 목소리를 듣고 ‘내가 죽 선생이 아니라 생업을 가르치는 교육자구나’란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제가 받은 축복이 사명임을 알게 된 순간이었죠.”

무릎 경영

2009년 가맹점 1000호점을 돌파하고 2010년 업계 최초로 프랜차이즈대상 대통령 표창을 받는 등 사업은 승승장구했다. 이랬던 사업이 주춤한 건 2011년 일부 가맹점의 ‘쓰레기 죽’ 논란이 일면서부터다. 해당 가맹점에 영업정지 조치를 내렸지만 그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거리 제한을 고려해 출점했으나 동일 상권 내 경쟁이 심하다는 점주들의 볼멘소리를 익히 들어와서다. 원가를 줄이려다 양심을 속인 현실이 안타까웠던 그는 그해 신규 가맹점 개설을 중단키로 결정했다. 또 인테리어 리뉴얼도 강제치 않기로 선언했다.

“그간 가맹점을 돈 버는 수단으로 여기지 않았는지 반성했습니다. 본사와 가맹점은 운명공동체입니다. 상생경영에 전념하느라 1년간 적자였지만 이 덕에 최근 불거진 ‘가맹점 갑을관계’ 논란을 피해갈 수 있었습니다.”

최 대표이사는 남편의 사업 실패 이후 수년간 곤란을 겪을 때 ‘성공하면 평생 나누는 인생이 되겠다’는 다짐을 가슴에 새겼다. 이 다짐대로 창업 1년 뒤 노숙인과 쪽방촌 주민에게 식사를 대접했다. 2009년엔 본사랑재단을 설립해 장애·소아암아동과 개발도상국 어린이에게 식품과 치료·교육지원활동 등을 펼쳤다. 지난해엔 교회·해외 신학교 건립 등 본격적으로 선교활동을 지원키 위해 본월드미션 재단을 설립했다. 재단은 선교사게스트하우스 설립과 비즈니스선교를 우선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최 대표이사는 회사 경영과 5000여명에 이르는 회사 관계자들을 위해 매일 2시간 정도 기도한다. 이를 그는 ‘무릎경영’이라 불렀다. 하나님께 무릎 꿇을 때 통찰력이 주어진다는 확신에서다. 크리스천 여성 기업인에게도 무엇보다 ‘하나님과 친밀한 사람’이 될 것을 주문했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하나님과의 관계입니다. 신뢰가 쌓인 관계는 어떤 고난에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사업을 하다 어떤 상황에 처하더라도 하나님과의 관계를 소홀히 하지 않는 크리스천이 되길 바랍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최복이 대표=△1965년생 △87년 충남대 국문학과 졸업 △2013년 연세대 사회복지전공 석사 △2002년 본죽 창업 △2009년 본사랑재단 이사장 △2012년 본아이에프 대표이사 △2013년 본월드미션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