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쫓겨난 아이들 돌아왔을 때 정원은 비로소 꽃을 피웠다

입력 2014-01-10 01:33


거인의 정원/오스카 와일드/베틀 북

아이들은 학교에서 돌아오면 거인의 집 정원에서 놀곤 했다. 거인의 정원에는 밤하늘에 빛나는 별처럼 꽃들이 피어 있었고, 새들은 나무 위에서 노래를 불렀다. 그러던 어느 날 거인이 돌아왔다. 7년 만이었다. 거인은 아이들을 쫓아내고 정원 둘레에 높은 담을 쌓았다.

놀이터를 잃은 아이들은 거인의 집을 맴돌며 정원에서 놀 때를 그리워했다. 어느새 봄은 왔지만 높은 담장 안 거인의 정원은 여전히 겨울이었다. 이를 기뻐한 것은 눈과 서리였다. 털옷으로 몸을 감싼 북풍과 우박이 정원을 휘젓고 다녔다. 옆집 정원에는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와 열매가 주렁주렁 열렸지만 거인의 정원에는 여전히 찬바람만 불었다.

어느 날 잠에서 깨어난 거인은 작은 방울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들었다. 새가 노래하자 우박과 북풍이 얌전해지고 향긋한 냄새가 풍겨 왔다. 봄이 다시 온 것. 거인은 기쁜 마음에 일어나 창문을 열었다. 정원에는 담장에 난 작은 구멍으로 들어온 아이들이 있었다. 나무들은 아이들을 다시 만난 기쁨에 꽃을 피웠다.

그동안 정원에 봄이 왜 오지 않았는지 알게 된 거인은 담을 무너뜨리고 정원을 아이들의 놀이터로 만들어주었다.

아일랜드 출신 소설가 겸 극작가로 ‘예술을 위한 예술’을 표방한 탐미주의자 오스카 와일드의 동화이다. 그가 첫 작품집으로 1888년 펴낸 ‘행복한 왕자와 다른 이야기들’에 실렸다. 욕심을 버리고 자신의 정원을 놀이터로 개방한 거인은 아이들과 즐겁게 지내다 천국으로 떠난다.

자신의 것을 이웃과 나눌 때 진정한 행복을 얻는다는 삶의 지혜를 간결하면서도 빼어난 문장으로 그리고 있다. 내용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교훈을 담고 있는 그의 동화들은 아이러니와 패러독스의 대가로 꼽혔던 그의 또 다른 면모를 보여 준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