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여성 억압 사회구조, 기술 발달이 없애줄까

입력 2014-01-10 01:33


신사임당, 하이테크놀로지를 만나다/김세서리아(돌베개·1만원)

“빨래는 세탁기가 하고, 청소는 청소기가 하고, 먹을거리는 컴퓨터에 앉아 손가락만 움직이면 집까지 배달되고. 아이들은 학원 선생이 가르치고. 우리 며느리는 정말 좋겠다.” 요즘 이렇게 푸념하는 시어머니 들이 적지 않겠다. 어디 시어머니뿐이랴. 명색이 여성주의자들인 테크노 페미니스트들이나 사이보그 페미니스들도 기술의 발달로 여성억압이나 젠더(gender)의 문제는 낡은 담론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젠더는 사회적 성을 가리키는 것으로 생물학적 성인 섹스(sex)에 대비된다.

저자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전통사회에서 여성들의 삶을 고단하게 했던 억압적인 것들이 기술의 개발로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전통 규범인 부녀사덕(婦女四德)을 중심으로 조목조목 짚는다. 부녀사덕은 행동에 법도가 있는 부덕(婦德), 때에 맞게 좋은 말만 가려하는 부언(婦言), 조신한 몸가짐의 부용(婦蓉), 일과 기술의 부공(婦工)이다.

가부장제를 기반으로 한 남성 중심적인 가치관이 사라지지 않는 한 기술 또한 여성에게 무조건 유리한 방식으로 다가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는 저자는 전통적 개념을 여성주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한국여성철학의 이론을 정립하고자 노력하는 소장 철학자다.

김혜림 선임기자